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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유의 기회
영화는 사유의 기회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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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그림을 전공한 필자가 영화를 공부하게 된 이유는 바로 사유의 발견이었다. 무의식적 삶을 일깨우는 사유는 이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삶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현대 예술은 모든 것이 해체되고 특권적 순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정한 상태만 강조되던 과거의 결정적 순간은 이제 화면 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정신과는 달리 특권적 논리로서 움직이는 예술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무감각해진 대중의 의식을 일깨우는 동시대 감독의 독특한 사유방식을 보았다. 필자의 영화에 관한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에는 늘 다른 형태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누구나 이해 가능한 영상이라도 영화의 의미와 가치는 보는 관객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술적 감동과 체험, 부담 없는 오락성, 서스펜스 등 영화는 그야말로 다양한 요구와 목적에 둘러싸여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 위한 제작과정의 창조적 요소와 정교한 기술적 요소는 필수이다. 자본이라는 경제적 요소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는 이렇듯 복잡한 사회적 연관성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에 의한 집단적인 행위의 결과로써 만들어진다.

‘제7의 예술’로 등장한 영화는 그만큼 독자적이며 새로운 시대에 가장 부합되는 총체적인 성격을 지닌다. 시기적으로는 가장 늦게 나타났지만 현실의 단순한 모방이 아닌 변화를 통한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한 것이다. 또한 영화는 다른 예술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역사적인 융합의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모든 영화적 특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독의 사유방식이다. 사유의 역량을 담아낸 영화가 지닌 영향력이 넘지 못할 경계는 없다. 영화학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영화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연구할 학문적 필요성의 요구에 따라 성립되었다.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의문 제기로부터 영화 전체를 하나의 존재론으로 파악하려는 사고에서 출발하게 된다. 이는 영화의 기초이론으로 2차 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두된 학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영화를 학문으로 접한다는 것은 총체적 예술인 영화를 미학적 개념으로 다가섬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간극이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담론은 크게 두 가지로 형성된다. 그것은 관객의 수와 해외 영화제에서의 수상 유무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영화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 여기에는 감독이 지닌 사유의 자유로운 표현과 관객의 열린 의식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 영화인구의 증가 수와 영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찾는 개념의 인지 속도는 사뭇 다르다. 이유는 한국 영화는 사유가 아닌 소비의 형태로서 존재하며 작품과 예술성의 인정에서도 선 국외, 후 국내의 순서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확한 개념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미적 의미와 사회적, 심리적, 예술적 의미를 찾아내는 깨달음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토대 없이 증가하는 영화인구의 수적 의미는 자칫 대중성만 강조한 상업적인 광고와도 같다. 여기에 사유의 개념이 주는 삶의 변화는 존재할 틈이 없다. 

영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유할 수 있다. 영화작가를 통하거나 각색한 경우는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서, 이론적인 연구를 통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접할 수 있다. 대중적인 산업적인 방식과 예술적인 독립영화의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필자가 영화학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할리우드 장르가 산업으로서의 영화이며 그 안에서 존재한 천재 감독들의 사유방식을 결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다양한 사유 세계를 접하고 삶에 관한 질문을 하는 기회이다. 모든 영화는 관객에게 사유의 기회를 선물한다. 삶의 휴식을 위해 영화를 찾는 누군가에게는 사유적 상황은 싫어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 순간조차 판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문으로서의 영화가 정확한 앎을 통하여 필자의 삶을 더욱 자유롭게 하였듯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는 사유의 즐거움은 모두의 몫이다.

 

 

 

박은숙

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에서 「루벤 외스틀룬드 영화의 사유이미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화와 이미지의 사유 기능이 주는 교육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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