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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폭력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세상의 폭력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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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풍경_노순택 사진展(8. 18~31, 김영섭 사진화랑)

사진계의 주목받는 신예 노순택의 사진들은 포토저널리즘의 새로운 전망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반전운동, 여중생 압사사건, 소파개정운동, 매향리 주민투쟁 등 11개의 소주제 프로젝트를 작업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분단의 향취’를 강하게 품고 있는 사진들을 추려내 공개했다.

노순택은 상징조작에 능하다. 그는 근대화 세력이 폭력을 미화시켜 구축한 상징물들의 화려한 옷을 벗기는 해체주의자다. ‘전쟁기념관’ 앞으로 지나가는 아이들을 찍으며 그는 전쟁이 기념의 대상일 수 있는가를 묻는다. 대포가 쏘는 축포로 시작되는 평화축제 앞을 지나는 작가는 ‘완전 코미디군!’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하늘가득 흩날리는 색종이를 자신의 낭자한 비웃음으로 치환시키고 있다.

기독교단체의 구국기도장면을 아래에서 포착한 그는 하나님께 공손하게 여쭙는다. ‘당신은 정말 반공주의자냐고’. ‘시체놀이’에 열중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테러는 뉴욕에서 일어났는데, 왜 한국사람이 죽어야 하나”라는 억지를 부린다. 그런 억지에서 우리의 시야는 트이고 의미의 세계가 생겨난다. 그는 상징을 조작하지만, 풍경을 논리나 주장으로 둔갑시키지는 않는다. 풍경은 그대로 남아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것이 그의 장점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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