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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도마뱀, 빗물을 모으다
도깨비도마뱀, 빗물을 모으다
  • 김재호
  • 승인 2021.04.02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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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색_『흐르는 것들의 과학』 마크 미오도닉 지음 | 변정현 옮김 | 엠아이디 | 316쪽

부제가 재밌다. ‘물질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여행’이다. 저자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기계공학과 교수 마크 미오도닉이다. 액체는 역자 서문에 나와 있듯이, “이동성, 수용성, 파괴성, 폭발성, 증발성”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액체의 이중성이다. 

액체 폭발물인 니트로글리세린과 땅콩버터는 분자 구성이 많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둘다 탄소, 수소, 질소, 산소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하나는 폭발물이고, 다른 하나는 맛있는 땅콩버터다. 신기하다. 액체는 용기에 담겨 있을 동안에만 그 형태를 유지한다. 미오도닉 교수는 그 외에는 “액체는 항상 이동하며 스며들고, 무언가를 부식시키고, 방울져 떨어지면서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고자 한다”고 적었다. 

액체는 사물을 파괴하는 재주가 있어 ‘무법자’로 불린다. 생각해보니 불보다 물이 더 무서운 듯하다. 저자의 질문은 상상력이 더해져 독자를 저 너머의 세계로 데려가는 듯하다. 가령, ‘볼펜의 잉크는 왜 번지거나 흐르지 않는 것일까?’, ‘차는 어떻게 우려내야 맛이 있을까?’, ‘물에 소금을 넣으면 녹지만, 기름에 소금을 넣으면 왜 그대로일까?’ 등. 미오도닉 교수는 “물은 산소뿐만 아니라 탄소 기반의 많은 화학물질을 흡수한다”라면서 “생명의 출현에 필요한 수성환경을 제공하여 새로운 유기체가 자발적으로 생겨날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밝혔다. 우주에서 물을 찾는 이유도 바로 생명의 탄생과 관련 있다.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학회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기묘한 액체의 여행을 들려준다. 심지어 250톤의 항공기 역시 등유라는 액체로 날아간다. 시속 800킬로미터로 그 무거운 고체 항공기를 하늘 위로 올리는 것이다. 등유, 커피, 에폭시, 액정까지 수많은 액체를 이해하고 통제하기에 인류가 하늘로 비행 가능하다고 밝혔다. 책에는 ‘도깨비도마뱀’을 통한 방수복 얘기도 나오는데, 정말 정말 흥미롭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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