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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 '고종시대' 해석 놓고 논쟁
역사학계 '고종시대' 해석 놓고 논쟁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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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서울대 교수 vs 김재호 전남대 교수… 國體·財政의 근대성이 쟁점

▲이태진 교수 ©
▲김재호 교수 ©
국사학계와 경제사학계의 풀리지 않는 '역사해석' 갈등이 조선후기 농업분야에서 '고종시대'로 장소를 옮겨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태진 서울대 교수(국사학)와 김재호 전남대 교수(경제사)가 교수신문 비평섹션에서 반론과 재반론을 통해 치열하게 논쟁중이다.

이 논쟁이 주목되는 이유는 '고종시대'가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이 맞붙을 수 있는 마지막 시공간이라는 데 있다. 만약 이 곳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경제사적 주장이 우세를 점할 경우, 조선시대 전반을 '근대성'의 실현과정으로 묘사해온 국사학계의 길고 긴 작업은 아마 '쇠락'의 길로 접어들 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다. <관련기사 6면>

논의의 발단은 이태진 교수의 1999년 저작 '고종시대의 재조명'과 故 김대준 교수의 '고종시대 재정연구'에 대한 김재호 교수의 논쟁적 서평이었다. 김 교수는 이태진 교수 책이 고종의 업적을 과잉 강조했으며, 김대준 교수 책은 아예 첫단추가 잘못 끼워져 대한제국 시대의 재정상태를 '근대적 기획'으로 잘못 인식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교수신문 321호).

이에 맞서 이태진 교수는 반론에서 "대한제국은 일본의 입헌군주제에 비견될 만한 것"이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주장했고, "대한제국의 제정제도를 비판하는 학계의 주류적 입장은 왕실의 권력을 약화시키려했던 일제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김재호 교수의 재반론은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이태진 교수가 자료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사료해석의 과학성이 부족함을 보여준다며, 고종시대가 근대국가이기 위해서는 '국민'과 그 국민의 대표로서 국왕이 존재해야 하는데, 고종은 여전히 백성의 아버지였으며, 당시에는 '民'이라는 개념으로 묶일만한 군중도 없었다고 반박했고, 고종시대에 잠깐 존재했던 '황실재정의 팽창'은 "전제적 군주권력의 재정적 표현"이라고 일축함으로써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한 이태진 교수의 반론은 교수신문 다음호에 실릴 예정이다. 또한 두 교수의 논쟁을 지켜본 왕현종 연세대 교수의 제3의 시선도 함께 소개된다. 고구려사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지금,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역사학계를 넘어 학계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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