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25 (목)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통과 관건…"양질 교육 의문"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통과 관건…"양질 교육 의문"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8.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 - 美 조지워싱턴대, 교육개방 신호탄 될까

지난 16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이 제주도 및 남제주군과 함께 '제주-GWU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교육개방이 본격화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도 남제주군은 지난 24일 조지워싱턴대학 제주캠퍼스 조성을 위한 행정지원단을 구성해 본격 운영에 들어가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남제주군은 부군수 직속에 총괄지원팀과 투자지원팀을 두고 1백15만평의 군유지 무상임대 준비와 캠퍼스 후보지에 대한 투자진흥지구 지정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캠퍼스 후보지로 선정된 대정읍 구억리 산1 일대 17필지의 군유지에 대해서는 유치확정시 까지 일체의 대부와 처분도 금지시켰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싱가폴분교의 모습. 최근 OECD가 교육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국경을 넘어서는 교육제도는 대학시스템의 협력부재로 내실이 결여돼 있으며 해외에 분교를 설립했던 일부 대학들이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홈페이지

제주도, '행정지원단'구성 전폭지원
지난 해 6월부터 지금까지 세차례나 제주도를 방문해 분교 설립 의사를 타진해 왔던 조지워싱턴대는 아시아지역의 학생들을 유치할 지역을 물색중이다.

조지워싱턴대가 최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 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지난 6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제주도 쪽이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를 쉽게 설립할 수 있고, 이익금 송금도 가능해져 호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현행법상 국내에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는 있지만 국내 교육기관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고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이익금을 본교로 송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직 외국대학 분교가 설립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제정되면 건물을 임차해 학교시설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익금을 '결산 잉여금'명목으로 본교로 송금이 가능해 진다.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통과여부가 관건
결국, 조지워싱턴대의 제주분교 설립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의 통과여부에 따라 실현 가능성을 따져 볼 수 있다.

전국교수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소속된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 등 교육단체들은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통과 저지를 비롯해 WTO·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이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공청회 때부터 제기해 왔던 수익금의 해외송금, 내국인 입학허용, 학력인정 등 '3대 독소조항'에 대한 신중한 검토작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 외국교육기관의 영리추구 편의를 위해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영리추구'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지워싱턴대의 제주분교 설립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다른 외국대학 유치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무산 위기에 놓였던 제주도 남제주군의 스위스 DCT관광호텔대학교의 유치가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남제주군에 따르면 스위스 DCT관광호텔대학 제주분교 설립 및 레저단지 조성에 관심을 보였던 서울 이스턴개발(주)이 사업의향을 포기하자 (주)제주SMS가 대신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한 것.

지난 해 6월 30일을 기준으로 해외 유학생수가 15만 명을 넘어서 한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미국, 호주 등 외국대학의 국내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대만 등의 나라는 지난 해 WTO 교육서비스 분야에 대학교육과 성인교육, 직업교육 등의 개방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최근 아시아지역 기업형 외국대학 많아"
문제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외국대학이 들어오겠냐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질은 우수한 교수진에 달려 있는데 본교의 우수 교수진을 외국에 보낼지는 의문이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백번양보해 교육개방이 이뤄진다손 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교수진"이라면서 "본교에서 교수를 데려 올 경우 최소 1인당 15만 불로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지난 10년 동안 새로 설립된 아시아지역 대학 가운데 대부분이 기업형 대학"이라며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완결성 있는 대학의 면모를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홍 영남대 교수(법학과)도 "공교육은 해당 국가가 책임지는 것인데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을 외국교육기관에 맡긴다면 엉망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외국대학 분교, '유학생 유치 통로'될 것"
또 외국대학 분교가 유학생 유출을 막기 보다 오히려 외국대학 본교의 한국 유학생 유치 통로로 활용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도 쪽에서도 "조지워싱턴 대학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1∼2년을 제주에서 마치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대학 분교는 해외 유학의 준비단계로 여겨질 수 있다.

'인터내셔널 하이어 에듀케이션'은 2002년 가을호에서 호주 모나시대학 국제업무공무원 그랜트 맥버니씨도 "호주대학의 해외대학분교 사업은 재정적인 면과 수출산업으로서 교육 기업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다보니 무리한 학습왜곡이 있다"며 "국내환경과는 상당히 다른 관리체제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고 적절하게 통제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가 경고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