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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러시아 현대사
다시 보는 러시아 현대사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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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헤인스 지음 | 이수현 옮김 | 책갈피 | 520쪽

소련 붕괴 30년, 소련은 어떻게 성장했고 왜 붕괴했나?
러시아 혁명과 소련 역사는 전체주의적 악몽이었을 뿐인가?
러시아의 과거-현재-미래를 새롭게 연결한다

소련이 붕괴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 역사를 돌아봐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소련의 붕괴가 곧 사회주의의 붕괴였는가, 러시아 혁명과 소련 역사는 전체주의적 악몽이었을 뿐이고 급진적 사회변혁이란 결국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소련과 러시아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단지 과거를 이해하는 데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중요하다. 이 책은 러시아 역사를 해석하는 보수적·자유주의적 관점을 반박하며 러시아 혁명의 흥망성쇠를 재검토한다. 그리고 스탈린 치하의 소련이 사회주의였다는 통념에 도전한다. 또, 어떻게 혁명의 잔해 속에서 등장한 강력한 지배계급이 소련과 소련 붕괴 이후의 새로운 러시아를 지금까지 장악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이런 논의는 단지 러시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팬데믹과 경제 위기, 심화하는 불평등, 기후위기 같은 세계적 문제를 극복할 대안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책 말미에는 저자인 마이크 헤인스가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며 최근 20년 간의 러시아 상황을 분석해 쓴 후기가 실렸다.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의 중심에는 소련의 역사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동구권이 존재할 때, 서방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에 관한 토론은 항상 그 문제로 귀결됐다. 사회주의에 적대적인 사람들은 “그냥 소련으로 가라” 하고 소리를 지르며, 서방 사회에 대한 비판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실제로 소련은 근본적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환상 때문에 여전히 소련에 끌린 사람들도 있었다. 또, 소련이 지닌 힘에 끌린 사람들도 있었다. 주요 기념일에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탱크와 미사일을 동원해 거행된 열병식은 확실히 인상적이었고, 많은 좌파가 소련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다가 1989~1991년에 이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소련의 힘은 이제 아무것도 정당화해 주지 못했다. 그러자 서방은 기고만장했다. 서방 자본주의는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체제임을 스스로 입증한 듯 보였고, 동구권 국가들은 이제 서방 자본주의를 향해 내달렸다.
이런 변화를 설명하는 보수적·자유주의적 관점은 1917~1991년의 러시아 역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전체주의적 악몽으로 일축한다. 새로운 유토피아를 창조하려는 이데올로기 운동에 고무돼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냉전 시대에 서방 보수주의자들이 급진적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공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자 마이크 헤인스는 러시아 역사를 설명하는 보수적·자유주의적 관점을 반박하며, 이 책의 2장에서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술한다. 그리고 그 혁명은 진정한 급진성을 띤 노동자 혁명이었다는 것을 생생한 역사 속에서 보여 준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은 우여곡절 끝에 변질돼 버렸다. 이 책의 3장에서는 1918~1928년에 러시아 혁명이 변질된 과정을 분석한다.
헤인스는 혁명 변질 이후 소련이 모종의 사회주의(변질됐든 안 됐든)로 발전하지도 않았고,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독특한 사회로 발전하지도 않았다고 본다. 이 책의 4~8장에서는 스탈린 체제가 20세기 자본주의의 한 변형인 관료적 국가자본주의였음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역사적 사실로 입증한다.
4장에서는 스탈린(과 스탈린 사후) 체제의 동역학과 발전 양상이라는 결정적 문제를 살펴본다. 5장에서는 억압의 규모·성격·기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탐구한다. 6장과 7장에서는 사회 계급이라는 문제를 다루는데, 먼저 지배계급을 살펴본 다음에 노동계급의 구실을 다룬다. 8장에서는 1990년대의 전환이라는 문제를 살펴본다.
헤인스가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새롭게 쓴 후기는 푸틴 시대에 일어난 주요한 변화들을 다루면서도, 여전히 국가자본주의라는 틀로 지금의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일반적 작동 방식도 이해할 수 있음을 짚어 낸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헤인스는 몇몇 특징들만 놓고 옛 소련 진영이나 중국이나 북한 같은 나라를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보는 관점은 자본주의를 너무 추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살아서 진화하는 역사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우리는 여전히 전 세계의 모든 자본주의 형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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