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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 꼬마 잠자리와 야외실습
나의 강의시간 - 꼬마 잠자리와 야외실습
  • 배양섭 인천대
  • 승인 2004.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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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섭 교수(인천대·생물학과)

열흘 전쯤,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서 인천국제공항 근처 무의도에 간 적이 있다. 몇 해 전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하는 제자가 무의도에 아주 희귀한 꼬마 잠자리가 대량 서식한다는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종도는 국외 출장, 손님맞이 등으로 수없이 가게 되지만, 무의도는 특별한 목적 없이는 쉽게 가지지 않는 곳이다. 공항근처에서 배를 타고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바로 눈앞에 보이는 섬이지만, 마음을 먹어야만 들어가는 곳이 무의도다. 그런데 그곳에 꼬마 잠자리가 살고 있을 줄이야. 예전에 일본 오사카에서 곤충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일본 보호종인 꼬마 잠자리와 그들의 서식처를 직접 관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들뜬 마음으로 무의도로 향했다.

꼬마잠자리는 우리나라 법적 보호종이고 특수한 환경에 서식해서 전국에서 이들의 서식처가 10개소도 알려져 있지 않는 아주 중요한 종이다. 또 날개를 접었을 때 10원짜리 동전으로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고, 예쁜 빨간색 잠자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 국내에서 한번도 이들의 서식처를 볼 수가 없었고 변변한 사진 한 장 구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 시간 꼬마 잠자리에 대한 설명은 언제나 말로 갈음해왔다. 지금까지 몇 차례 무의도에 갔었지만 관심 있게 관찰하지 않은 탓인지, 이들의 서식처가 너무 국지적인 탓인지, 아니면 피서객들이 즐기는 8월을 피한 탓인지 관찰하지 못했다.

내가 무의도에 급하게 간 이유는 꼬마잠자리와 그들의 서식처인 습지를 사진에 담아 와서 학생들이 관찰하지 못하는 것을 사진으로라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2학기 야외실습지로서 적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우리 대학 학과설립 이래 바뀌지 않는 과목으로 야외실습 과목이 있다. 나는 1995년부터 현 직장에 발령받아 강의를 시작한지 금년으로 10년째이고, 지금까지 야외실습을 지속해오고 있다. 매주 하루를 비워서 학생들과 함께 인천의 산이나 섬, 혹은 서울 동쪽으로 아침 일찍 출발해서 밤까지 돌아올 수 있는 곳을 대상으로 주제를 정해 야외실습을 한다. 최근 현장체험학습의 중요성이 인식되는 것을 보면서 학과 선배교수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개설한 과목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Biodiversity) 위기 현상은 강의 시간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급격한 파괴로 인해 학생들의 관찰꺼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10년간의 야외실습 시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다. 카메라를 부랴부랴 챙겨서 급하게 무의도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아직도 많이 미흡하긴 하지만 정부와 사회단체에 조그마한 희망을 걸어본다. 지구상의 생물 멸종의 위기를 막고, 생물자원의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에서 1백57개국의 정상들이 생물다양성 보전협약을 서명했고, 그 일환으로 국내에서도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생물종 다양성 및 생태계 현황조사, 생물자원 보전 등에 다각적인 계획을 수립,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민단체, 전문가, 개인의 부단한 노력으로 자연생태계가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사례도 많으므로 인천근처 어디나 훌륭한 야외실습지가 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금년도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생물분류기사와 생태복원기사 자격시험에, 내가 지도하는 야외실습 수강학생들이 많이 합격하여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 지킴이로써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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