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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학자들의 시각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환경사회학자들의 시각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 홍욱희 세민연구소장
  • 승인 2004.08.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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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서평_『우리 눈으로 보는 환경사회학』| 한국환경사회학회 지음| 창비 刊| 2004| 423쪽

지난 4월, ‘우리 눈으로 보는 환경사회학’이라는 책이 한국환경사회학회의 이름으로 출간됐다. 이 비교적 낯선 학문 분야에서 무려 11명이나 되는 필자들이 동원돼 학회의 공식적인 저서로서 발간됐으니, 이 책은 말하자면 한국환경사회학의 현주소이자 우리 사회학도들이 우리나라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이 책은 현실의 우리 환경문제를 학회 차원에서 조망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가히 주목받을만하다. 환경 문제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관심이 크게 고조됐던 지난 30여 년 동안 무려 수십 개나 되는 환경관련 학회들이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그 어느 곳도 우리나라 환경 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책을 발간했던 전례가 없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태어난 지 겨우 4년여에 불과한 신생학회가 ‘우리 눈으로 보는…’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정리했으니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다른 학회들이 크게 본받을 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과학적 이해를 제공하고 학부나 대학원에서 교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을 만드는 것을 집필의도로 했다. 특히 그동안 발간된 이 분야 몇 권의 저서들이 대부분 외국자료를 중심으로 서술됐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필자들은 “한국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 한국의 자료를 사용한 새로운 환경사회학 저술을 기획하게 됐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따라서 본 서평에서는 이런 필자들의 의도가 이 책에서 과연 어느 정도나 가시화될 수 있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그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학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는 우리 현실의 문제들을 직시해 그 문제점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는 장인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회과학 관련 학회와 토론회 등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이 분야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의 현실보다는 자신들이 공부했던 일부 외국의 현실에 더욱 정통해 있고 따라서 우리 문제를 검토하는 데에 있어서 외국 이론에 기초한 잣대를 섣불리 들이미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요컨대 우리 문제를 검토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외국의 사례를 나열하는 데에 더욱 급급했던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이 책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생각되는데, 그런 일례로서 이 책의 각 장 서두에 소개되는 인용문을 들 수 있겠다. 이 책의 전체 11개 인용문 중에서 우리나라의 환경 문제를 거론한 예는 새만금 사업(2장), 울산 공업단지(3장), 김포 쓰레기매립장(9장), 환경정책(10장)의 4개 장에 불과하다. 나머지 7개 장에 소개되는 인용문은 독일의 에너지 정책(5장)과 녹색당 집권(11장), 일본의 미나마따병(8장), 토지의 신성함을 외치는 인디언 추장의 주장(6장) 등 다른 나라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인용문에서뿐만 아니라 본문에서도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에 대한 내용보다는 다른 나라와 국제적인 환경 문제들이 오히려 보다 풍부히 소개되고 있다. 그 1차적인 이유는 필경 필자들이 대학교재로서의 사용을 크게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사정으로 인해서 굳이 ‘우리 눈으로 보는’이라는 제목을 달면서까지 보여주고자 했던 본래 집필 의도가 적지 않게 손상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책에서 인용된 우리나라 사례들조차도 정작 본문에서는 지나치게 서술식이거나 또는 어느 일방에 경도된 시각에서 서술됐다는 점이다.

그렇다. 이 책에서는 환경운동(8장)과 환경정책(10장)을 다룬 두 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장들에서 우리나라 환경 사안들을 피상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런 대표적인 예로서 우리나라  인구 문제와 자원 문제를 거론한 4장과 에너지 문제를 논의한 5장을 들 수 있겠는데 여기에서 필자들의 논지는 사뭇 비판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최고 수준의 인구과밀국이자 자원빈국이며 그런 절박한 현실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 정책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고, 그 결과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환경과 개발과의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현실의 절박함을 애써 외면하는 대신 독일과 같은 일부 선진국의 여유로운(?) 상황에 기초한 환경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만으로 과연 환경사회학 개론서로서의 본령을 다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하기 어렵다.

이 책은 서두에서 환경사회학이 신생태주의 패러다임에 전적으로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결과 이 책에서 보여주는 필자들의 시각 또한 생태주의에 크게 몰입돼 있다. 하지만 이처럼 어느 한 패러다임에 의존해 구성된 학문 분야라면 그런 패러다임이 퇴색하는 순간 그 학문도 쇠퇴하는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수많은 패러다임이 명멸하는 사회과학 분야에서라면 말이다.

그동안 일단의 우리 사회학자들이 생태주의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된 저간의 사정은 능히 짐작할만하다. 과거 군사독재 시대의 전통에서 지나치게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을 추구했던 결과 환경 문제가 크게 간과됐고, 그 반작용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환경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것이 우리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들은 생태주의라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해 환경운동의 불을 지피는 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사회 현실도 변하고 그에 따라 학문도, 이론도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이 크게 쇠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입지 또한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지나친 생태주의의 강조가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그 빛이 바래고 있는 생태주의 일변도의 관점만을 소개했다는 데서 우리 환경사회학자들이 최근의 세계 추세를 따라잡는 데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눈으로 보는 환경사회학’은 한국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의 환경문제를 고찰하고자 했지만 지나치게 생태주의에 경도된 시각으로 우리 환경 문제의 본질을 피상적으로 기술했다는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시켰다고 하겠다.

홍욱희 / 세민환경연구소 환경학

필자는 미시간 대에서 ‘마이크로컴퓨터를 이용한 독성실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3조원의 환경논쟁 새만금’, ‘21세기 국가수자원 정책’, ‘생물학의 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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