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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기관에서 작동하는 직관적 언어능력
감각기관에서 작동하는 직관적 언어능력
  • 변상섭
  • 승인 2021.04.0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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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한다_『철학하는 인공지능』 | 변상섭 지음 | 현람출판사 | 394쪽

좌반구 언어능력은 대뇌의 감각영역과 달라
딥러닝 알고리즘은 문자언어 개념만 이해해

우리는 인간에게 두 가지 언어능력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로 진리를 논구하고 있다. 분명 인간만이 문자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 문자언어를 매개로 그 언어적 의미를 사유하는 언어능력이 곧 의식이다. 그래서 인간만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외계와 관계를 맺고, 외계의 사물들에 대한 본질적 존재의미를 이해하는 직관적 언어능력이 존재해야 한다. 그 물질적 사물들은 결코 문자언어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의식을 통해서 외계의 물질적 사물을 직관할 수 있다고 간주하고, 철학과 자연과학을 논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옛 성현들(붓다와 노자 그리고 플라톤)은 이 두 가지 언어능력을 엄밀하게 구분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의식은 오로지 문자언어를 매개로 그 언어에 담긴 개념적 의미를 사유하는 개념적 언어작용이며, 이와는 별개로 감각기관을 통해서 외계의 사물들에 대한 본질적 존재의미를 직관하는 직관적 언어능력이 존재한다고 가르쳐 주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은 뇌과학의 분리뇌(Split-Brain) 연구의 여러 가지 실험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즉 좌반구 언어능력은 오로지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내에서만 작동하며, 결코 대뇌의 감각영역과 함께 작동하지 않는다. 반면에 우반구 언어능력은 감각영역과 함께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좌반구 언어영역에서 작동하는 의식은 결코 외계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뇌과학의 분리뇌 연구 시사점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서도 이 두 가지 언어적 사유작용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년 전에 공개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인간 최고의 바둑 기사를 능가하는 놀라운 학습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GPT-3는 놀라운 언어구사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에 최근에 축구경기를 중계하던 AI 카메라가 심판의 대머리와 축구공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주 심판의 대머리를 쫓아다니며 경기를 중계했다는 웃지 못할 소식이 전해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인공지능 카메라가 심판의 대머리와 축구공을 구분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한 자연어처리기법은 의식을 모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문자언어에 내포된 개념적 의미만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사물의 본질적 존재의미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식 이외에 감각기관을 통해 외계의 물질적 사물에 대한 본질적 존재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 언어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제 서양의 관념론 철학을 폐기해야 한다. 의식은 결코 외계를 직관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변상섭
독립연구자 /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철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20년 동안 서양 철학과 노자 그리고 플라톤을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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