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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학술대회_2002년 제8차 세계여성학대회
내 생애 최고의 학술대회_2002년 제8차 세계여성학대회
  • 조옥라 서강대
  • 승인 2004.08.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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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과 참여의 잔치…지역과 보편의 ‘共存’ 느꼈다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학술대회를 참여할 때는 여러 가지 기대를 갖고 가기 마련이다. 발표할 논문을 준비하고 참석하는 대회에는 논문발표로 인한 긴장감 때문에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지만 그래도 나와 비슷한 연구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를 만나 논문과 관련된 토의를 하게 되면 학회준비관계로 피곤한 모든 것을 잊게 된다. 내가 참석한 학회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2002년 7월에 참석한 제8차 세계여성학대회(The 8th International Interdisciplinary Congress on Women, Women's Worlds 2002)였다. 이 대회는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Makerere University) 여성학과와 여성학연구센터가 관장했다. 

 
나는 여성학회 학회장으로서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를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하여 여성학회 회원 10명과 함께 우간다까지 갔다. 논문발표를 준비했지만 더 많은 비중은 대회유치를 하고, 동시에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운영하는 방식을 체험하기 위하여 간 것이다. 아시아에서 다음 대회를 열고 싶어 하던 대회장소선정위원회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유치여부보다는 공식적으로 한국여성학회가 다음 대회를 치룰 것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대회 참석자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작업을 하는 일을 하게 됐다. 이렇게 여러 목적을 갖고 참석한 대회였지만 지적으로도 매우 자극적인 학술대회였다.


아프리카에서 열린 세계대회인 만큼 아프리카인들의 참여가 많았으며, 전 세계 95개국에서 온 2000명이 넘는 인원(공식 등록자가 1957명임)이 5일 동안 벌린 학문과 참여의 잔치였다.  971개의 논문이 18개 주제로 나누어져 발표된 대규모 대회였다. 넓은 마케레레 대학의 대부분 건물들을 모두 사용하여 대회가 진행됐다. 이렇게 큰 대회이기 때문에 발표된 논문들의 일반적 질을 평가하고, 전체 대회의 수준을 점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대회는 내가 갖고 있었던 아프리카 여성들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으며, 연구자, 운동가, 정책가들이 함께 대회에 참여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대회운영은 잘 짜여진 것 같지는 않았다. 등록 시간부터 연구 분과의 강의실 고시에까지 약간씩 어긋났다. 그러나 인상적인 점은 참가자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행하는 대회라서 그런지 또는 참가자들이 모두 마음이 넉넉해서 그런지 모두 축제를 기다리듯이 여유 있게 조금 엉성한 운영을 인내하고 또 그 막간에 서로 인사하고 사귀느라 바빴다. 이 대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참가자들은 대회당국에 바라기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자매들을 만난다는 기회를 즐기고 있었다. 실재 내가 만난 대부분의 외국 참가자들은 이곳 우간다까지 와서 여성문제에 관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대회유치와 관련된 공식 모임에 참가한 외에 내가 틈틈이 들어가 본 분과는 농촌 여성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 분과는 아프리카 학자들의 참여가 많아 분과를 다시 소분과로 나누어 동시에 진행하곤 했다. 이론적 토론은 많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농촌이 안고 있는 생태학적 문제, 토양의 약화, 풍토병, 구조적 가난, 폭력에 관한 논문들을 들었다. 여기서 아프리카 여러 각국의 비교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정된 식량을 확보하는 것과 여성들의 취약한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대한 보고를 통해 여성문제의 보편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분과 발표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발표하고 토론하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국제대회이기 때문인지 현대화된 아프리카 의상으로 치장하고 당당하게 나서는 그들 모습에서 나는 엉뚱하게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 한국여성들이 그동안 너무 억눌려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논문을 발표한 분과에서는 각국의 상황 속에서 여성 단체들이 적응하는 방식을 다룬 논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크로티아 학자가 발표한 논문은 외국원조에 의존하는 여성단체들의 특성과 한계에 대하여 다루고 있었다. 여성문제, 개발도상국의 보편적 문제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였다.


이렇게 분과영역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여성문제의 보편성과 빈/부국간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어 우리가 왜 여성연구를 해야하는가하는 문제의식을 더 강하게 할 수 있었다. 세계여성학대회는 이러한 논문발표뿐 아니라 여성단체들의 연찬회 등도 짜여져 있었으며, 여성 예술가들의 공연과 여성 공예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논문발표장으로부터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우리에게 제공해줬다.


나는 이 우간다 세계여성학대회를 통하여 학술대회가 지역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면서도 보편적 연구과제와 이론적 토의를 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여성들이 함께 모인 대회가 여성축제로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2005년 6월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도 많은 학자,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즐거운 학문의 축제마당을 장만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조옥라/서강대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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