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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성적입력 거부한 비정규직교수노조 전남대 분회
초점: 성적입력 거부한 비정규직교수노조 전남대 분회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8.23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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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강사 위촉 불허 규정 백지화 … 2학기 총파업 불붙여

지난 16일, 성적입력을 거부하며 파업을 벌였던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전남대 분회(분회장 조성식 이하 전남대 분회)가 천막농성을 접고 파업을 철회했다. 단체협상 끝에 ‘학과 재량에 따라 위촉기간이 10년을 초과한 시간강사도 오는 2학기에 위촉가능하다’는 합의에 이른 것. 또한 내년부터 시행할 시간강사 위촉규정안은 전남대가 발표한 시행안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재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성적입력 거부로 학사일정 차질빚기도

애초 전남대가 발표한 ‘시간강사 위촉규정’ 시행안에 따르면, 올해 2학기부터 위촉기간이 10년을 초과한 시간강사에 대해 위촉 자체를 불허하고, 2005년 1학기부터는 7년 이상 초과자, 2005년 2학기부터는 5년 이상 초과자, 2006년 1학기 이후에는 통산 3년 이상 시간강사에 대해 모든 강사 위촉을 금하도록 했다. 

이에 전남대 분회는 지난 6월 총파업에 들어간 이후 지난달 9일부터 대학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었다. 비정규직 교수들의 총파업은 성적 입력 거부로 이어져 50여명의 교수들이 1백여 과목의 성적을 입력하지 않아 학사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성적을 공고했다가 전남대측이 백업 파일을 통해 정정되지 않는 성적으로 학사 처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마지막까지 성적 입력을 거부한 하우영 강사는 전남대로부터 ‘업무방해’로 고소당하는 등 비정규직 교수와 대학측의 갈등이 극에 치닫기도 했다.

정석종 전 총장의 뒤를 이은 강정채 총장의 취임과 동시에 전남대 분회가 파업을 철회하고 새로이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도 많다.

학과별 특성 맞춰 강사위촉 원칙 정해야

성적입력 거부로 학사일정 마비를 불러온 이번 사건은 전남대가 올해 초 발표한 시간강사 위촉규정에서 비롯됐다. 전남대는 지금까지 학과 재량에 맡겨오던 시간강사 위촉을 ‘시간강사 위촉규정’을 통해 대학본부로 귀속, 일괄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원인사규정 중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시간강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상 3년으로 한다’는 조항을 밑바탕으로 수업연한에 따른 시간강사 위촉에 제한을 둔 것이다.

지난해 8월 조선대도 대학종합평가를 대비해 시간강사 비율을 낮추려 객원교수를 위촉하고 이미 위촉했던 시간강사들을 위촉 반려해 비정규직 교수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조선대는 전남대와 마찬가지로 사문화됐던 외래강사 규정을 들어 5년 이상 초과자의 강의를 박탈했었다.

전남대 교육연구처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전임교원이 1백여명이나 늘어나 시간강사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줄어든 자리를 배분하려다 보니 수업연한에 따른 배제를 원칙으로 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진양성을 위해서라도 오래된 사람부터 먼저 나가는 것이 당연지사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별 학과의 입장은 다르다. 학과별 특성에 따라 강사가 넘쳐나는 곳이 있어 윤번제로 강사위촉을 제한하는 학과가 있는가 하면, 강사 부족으로 강사품귀현상에 시달리는 학과도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 교수노조(준)와 민주화교수협의회가 “시간강사의 위촉문제는 해당 학과에 일임시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남대측은 뒤늦게 “학과마다 특성이 있다는 것을 추후에 알게 됐다”라며 일부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타대학 단체협상 과정에 영향 미칠 듯

한시적이나마 이번 학기에 다시 학과재량으로 시간강사 위촉이 넘어왔지만, 전임교원에 비준하는 시간강사 위촉원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비정규직교수노조의 주장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조성식 분회장은 “전임교원의 경우 임용규정이 있어 교수임면에 합리적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시간강사들은 학기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라며 “학교측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비정규직교수노조와의 협상을 통한 시간강사 위촉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성적 입력을 거부했던 하우영 강사도 “매학기 강의배정에 따라 생계를 이어가는 시간강사들의 생활안정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원칙에 따른 시간강사 위촉 규정이 제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 분회의 성적입력 거부는 한국비정규직 교수노조의 투쟁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학기 대학별로 단체협상을 준비 중에 있는 영남대, 경북대, 전남대 분회 등은 단체협상 결렬시 채점거부, 성적입력 거부 등으로 이어지는 총파업을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학교육의 40%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들의 총파업이 대학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할 때, 각 대학이 단체협상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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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우 2004-08-24 11:48:33
총파업이라. 분명 의미있는 투쟁수단일겁니다. 그런데요, 그거 말고도 하나 더 남아있죠. 교육부장관나리, 총파업 참여율이 낮다고, 혹은 총파업이 오래 안가더라도, 너무 좋아하지는 마세요. 아니 사실 당신은 좋아하고 말고 할 필요도 없죠. 당신 그 자리 그만두면 자신이 재직했던 모 사립학교 교수로 돌아가시겠죠. 그러니 무슨 개혁의지가 있겠소. 그래서 당신이 아닌 대통령과 이 나라의 권력자들에게 공언합니다. 하나 더 남은 우리들의 투쟁수단이 있으며 그것이 이 나라의 근간을 송두리째 그러나 아주 서서히, 그래서 비가시적으로, 뒤흔들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오. 만성적인 태업!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이미 강의의 열과 성이 없이도 그럭저럭 잘 꾸려나갈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부분의 교수들이 그러한 것처럼.

김서생 2004-08-24 01:32:50
우리에게 남은 것은 총파업뿐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대학 교육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길은 험하지만 총파업뿐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배운 전부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입니다. 2004년 2학기, 우리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거짓이 무엇인지를 진실로서 말해봅시다. 더이상 서러운 목숨 버리지 맙시다. 더이상 아까운 시간 헛바지처럼 살지 맙시다. 단 하루의 방학일지라도 진실로 우리가 원하는 그 시간의 참맛을 찾아봅시다. 이론은 대한민국 헌법에 있습니다. 더 이상 탁상공론으로 젊음을 낭비하지 맙시다. 백년도 못사는 인생, 살아야 얼마의 인생이 있고, 남겨야 그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깨질지라도 그 후세들을 위하여 더 이상 치욕스런 노비문서만은 남겨주지 맙시다.
헐거운 강사 10년 서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