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3:00 (금)
[신진 작가 큐레이션 8] 도시인의 감정 뒤얽힘 산수화로 풀어내다
[신진 작가 큐레이션 8] 도시인의 감정 뒤얽힘 산수화로 풀어내다
  • 하혜린
  • 승인 2021.03.22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소영, 「낯선 산수3」, 2017, 캔버스에 혼합매체, 91x117cm.

도시인들은 초록빛 그득한 자연을 늘 갈망하고 동경하지만 회색빛 도시에서 벗어나기를 주저한다. 

최소영 작가는 이러한 도시인들의 모순된 정서를 다룬다. 빌딩 속에서 주눅 들며 살아가는 서민 정서와 팽배한 경쟁사회,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훼손되는 옛 것에 대한 통찰이 한 화폭에 뒤얽힌 채 담긴다. 

산의 지형과 암석의 굴곡, 주름, 잔선들은 욕망과 불안이라는 정서를 내포하며, 언제든 움직이고 날아들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부여한다. 옛 것과 새로운 것, 자연과 도시,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그를 지난 16일 인터뷰했다. 

 

[신진 작가 큐레이션 8] 최소영 인터뷰

 

△「낯선 산수」는 도시의 급격한 개발과 발전, 그에 따른 사회적, 개인적 문제를 다룹니다. 이 시대를 어떻게 보고, 또 어떻게 간주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달콤함과 씁쓸함의 아이러니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막대한 자본의 투입으로 크고 높게 만들어지는 고층건물은 물질의 풍요와 관광 그리고 휴식과 여흥으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매력적이고 화려한 풍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욕심, 탐욕이 느껴졌습니다. 무한경쟁의 생존게임으로 자본에는 거품이 끼고, 누구나 즐기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상실감과 타인의 욕망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삶이 맞는 것인지 회의감을 느끼곤 합니다.” 

 

최소영, 「낯선 산수9」, 2019, 캔버스에 혼합매체, 35x27cm.

△도시화에 따른 변화, 소멸 등은 흔한 소재라고 여겨집니다. 일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독창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지요? 

“작품 활동 초반에는 산수나 숲의 풍경 위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던 중 추억이 깃든 공간이 말끔히 아스팔트에 묻히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시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소멸과 생을 반복하며 살아 움직이고, 계획과 힘(자본, 정책, 개발계획)이라는 무자비한 압력에 의해 스러져가는 공간이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부터 도시개발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또 공감하고는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 작업에는 도시인으로서 직면한 현실적인 상황과 관찰자 그리고 작가로서 바라보는 풍경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낯설어지고,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도 하는 감정의 뒤엉킴이 지금의 작업과 연결되고, 독창성을 이끌어낸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소영, 「낯선 산수1」, 2016, 캔버스에 혼합매체, 145x400cm.

△작업은 다양한 매체들이 혼합된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혼합매체를 작업에 어떻게 도입하는지 작품 제작과정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선 마주했던 풍경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촬영한 후, 이를 컴퓨터로 보정합니다. 그렇게 사진들과 이미지들을 다양하게 수집한 후에 작업을 시작합니다. 먼저 바탕 위에 젯소를 바른 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먹과 물감 등을 흘리며 번짐의 바탕을 만듭니다. 그다음 현대 문명의 상징물을 그립니다. 촬영했던 사진들을 캔버스에 프린트해 그 위에 다시 먹, 젯소, 호분, 물감 등을 흘리며 다시 회화 작업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바탕에 자연스러운 흐림이 잘 베어나오도록 하는 효과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최소영, 「낯선 산수7」, 2019, 캔버스에 혼합매체, 162x112cm.

△예술은 또 다른 언어입니다. 작가의 언어가 보는 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주관적 해석에 근거한 낯선 풍경은 끊임없는 사유의 원천입니다. 시각과 사유를 연결시켜주는 작가의 상상 작용이 진부한 일상 풍경의 틀을 해체하고 인식의 자유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주변을 둘러싼 사회와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저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세계와 이미지로 존재하는 외부 세계와의 갈등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최소영(37세)=성신여대 동양화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박사 수료, 개인전 12회, 단체전 다수.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