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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염되었다
나는 감염되었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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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록 지음 | 문학동네 | 228쪽

 

한국인 최초 UN 자유권위원회 위원,
코로나 확진으로 자유를 빼앗기다
성북구 13번 확진자의 사라진 인권을 찾아서

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수년간 일하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인권전문가 서창록 교수. 그는 2020년 3월 UN 체제학회 참여차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그 순간부터 존경받는 인권학자이자 대한민국 인권과 외교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그의 세계는 급변한다. 그간 머리로 연구하고 잘 안다고 믿어왔던 약자와 소수자의 삶, 인권의 개념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는 사회에서 존엄성과 인격이 있는 한 인간이 아닌 ‘해외에서 바이러스를 묻혀온 보균자’로 치부되고 관리되기 시작한다. 행동거지를 잘못해서 코로나에 걸렸다는 낙인찍기, 그리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일파만파 퍼진 각종 루머, 격리중의 24시간 감시와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그는 때론 분개하고 종종 체념하고, 안간힘을 다해 버텨내며, 그를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정신질환과도 맞서 싸운다.

그는 코로나 확진의 경험이 인권전문가로서도,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한다. 확진 순서로 넘버링된 번호로 분류되고 처리되고 차별받으며 신상과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던 코로나 초기의 확진자에서, 다시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와 더 민감하고 뜨거운 인권전문가로서 유럽인들과 ‘K-방역’에 대해 토론하고 한국인 최초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기까지-그의 코로나 확진일기는 그간 우리가 잊어버리고 지워버린 인간의 얼굴과 권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것은 코로나 시대 우리가 바이러스를 잡는 데만 몰두하고 감염자들의 동선을 집요하게 쫓느라 놓쳐버린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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