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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이 묻는다
다시 촛불이 묻는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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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외 3명 지음 | 동녘 | 456쪽

거대한 전환과 복합위기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부단한 성장을 지상명령으로 여기며 굴러온 시스템, 무엇보다 지구촌 북반구 및 고성장 중진국권에서 생태적 한계 및 사회적 한계를 모두 무시한 채 달려온 자본주의 및 산업주의 발전양식이 오늘의 유례없는 전염병의 위기와 기후위기, 불평등의 위기를 초래한 지금의 현실에서, 특히 코로나19의 재난이 불러온 경제침체와 일자리 및 삶의 불안,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전 사회적 전환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에서 전환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전환적 개혁의 중심가치에 인간답고 시민다운 삶, 젠더평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 필요(needs)충족과 적극적 역량증진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답고 시민다우며 성적으로 평등한 삶의 기본적 필요충족과 역량증진에 대한 보장은 기후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 정의로운 생태사회로의 전환 속에서 생태적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탈탄소 사회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근본적 제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재난불평등의 극복과 생태사회로의 전환에서 기본적인 필요원칙은 최약자의 필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어떤 구체적 제도개혁을 통해 이 사회생태적 전환이 가능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제도개혁에는 다음과 같은 대안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회복력을 가짐과 동시에 구성원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공공서비스의 기조적 강화(에너지, 물, 교통 등)와 생태사회 전환과정이 가져올 분배적 역진성에 대처하는 보완정책, 디지털 전환과 비정형 노동의 폭증 시대에 디지털 공공성의 확보와 필요기반 복지체제의 새로운 혁신(소득중심의 전국민고용보험 및 사회보험 등), 재분배개혁과 병행해야 할 선(先)분배제도의 개혁, 새로운 사회계약으로서의 정부가 최종 고용주 역할을 수행하는 고용보장제의 시행, 사회생태적 전환을 위한 혁신적 투자에 사명을 갖는 공공기업가형 국가능력의 재창조, 투기적 지대추구를 근절하고 땀과 가치창조가 보상받는 공정한 혁신경제로의 개혁, 취약한 노동자 및 사회계층의 협상력 강화 그리고 이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있고 공정한 협력과 이익공유가 이루어지는 이해당사자 참여경제로의 전환, 토지 공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토지 국유자산의 대폭적 확충과 이에 기반을 둔 세수의존도 축소 및 괜찮은 공공임대주택의 다량 공급, 재정건전성의 함정을 벗어나 정부가 선도적으로 전환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화폐금융 및 조세재정 체계의 개혁, 국가-시장-사회적 연대경제의 세 축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회경제로의 전환 등이다.

323명의 지식인으로 구성된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묻고 답하다!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2018년 7월 18일 323명의 지식인이 문재인정부에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사회경제개혁에 매진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해 결성된 단체이다. 그동안 주요 개혁 과제를 주제로 하는 정책 토론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고, 사회적·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전개해오기도 했다.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내놓는 이 책은 문재인정부가 오늘날 생태사회경제의 복합위기가 제기하는 대전환의 과제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의 문제의식 아래, 새로운 전환적 개혁의 방향을 둘러싸고 16명의 책임 있는 연구자·활동가들이 치열하게 질문하고 대답한다. 모든 집필자는 복합위기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사회경제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공동 연구에 참여했다.
이 책은 3부, 16장(서장을 포함하면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한국판 뉴딜을 비롯해 코로나 위기 시대에 집중적으로 부상한 개혁과제를 다룬다. 여기에는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전국민고용보험제, 공공의료, 부동산공화국 해체 전략, 기본소득 도입방안 등 6개의 이슈를 다룬 글이 담겨 있다.
2부는 경제 분야의 구조개혁 정책을 다루는데, 소득주도성장과 산업생태계 혁신, 공정경제와 재벌개혁, 재정개혁, 금융개혁 그리고 자영업 등 5개의 묵직한 주제 글이 들어 있다. 이 글들을 읽으면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펼친 경제정책이 촛불정신에서 얼마나 멀어져 버렸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분야의 구조개혁 정책을 다루는 3부에서는 비정규직, 최저임금, 성평등, 사회서비스, 포용국가 등 5개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복지가 최대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차기 대선에서 이 글들은 여러 후보의 공약을 제대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좋은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을 다룬 글과 책은 많이 나왔지만, 이 책처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 책은 없었다. 대한민국이 촛불정신을 회복해 정의롭고 활력있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복합위기 시대 한국 사회가 걸어가야 할 전환적 개혁의 방향을 다방면에 걸쳐 제시한 이 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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