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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으로 여름을 생각함_모기
그대 이름으로 여름을 생각함_모기
  • 이동규 고신대
  • 승인 2004.08.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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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50~500번의 날개짓으로 비행

금년은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다. 모기는 변온동물로 체온이 외부온도에 영향을 받으므로 기온이 높을수록 체온이 올라가 대사 활성이 활발해져 성장과 번식 속도가 빨라진다. 체중이 3mg 뿐인 가냘픈 몸매의 모기는 1억년 전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세찬 변화를 이겨낸 생태계의 또 다른 강자다. 과연 무엇이 모기의 끈질긴 생명력을 지속해 주는 것일까.

▲일대기: 모기는 알, 유충(장구벌레), 번데기, 성충의 네 단계를 거치는 완전변태의 생활사를 갖고 있으며, 성장기에 따라 크게 수서생활과 육상생활을 한다. 물위에 낳은 알은 2일내에 부화해 유충이 되며 유충기간은 1~2주 정도. 그동안 4번의 허물을 벗으며 자란 후 번데기가 된다. 유충이나 번데기는 물 밖으로 숨관을 내밀어 호흡을 한다. 유충은 물 속의 유기물질이 먹이이나, 번데기는 전혀 먹지 않고 2~3일 동안 쉬면서 성충의 모습을 갖추는데, 다른 곤충들과 달리 번데기 상태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성충이 된 모기는 2일 내에 교미를 하는데, 숫컷모기는 2~3m 높이의 공중에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모여 정지비행을 하며 암컷이 무리 속에 들어와 교미를 한다. 초당 250~500번의 날개짓에서 나오는 비행음은 종에 따라 파장이 다르므로 같은 종인지를 촉각을 통해 감지한다. 교미 후 바로 흡혈에 나서는 암컷은 정충을 보관하는 주머니가 있어서 산란할 때마다 저장된 정충을 이용하므로 다시 교미할 필요가 없다. 흡혈 후 난자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2~3일간 휴식을 취한 암컷은 물을 찾아 산란을 한다. 암모기는 1~2주 정도 생존하며 보통 3~7회의 알을 낳는다. 한번 낳는 알의 수는 100~150개로, 평생 400~7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산란 장소는 종에 따라 다르므로 먼저 물맛을 본 후에 자손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곳인지 확인한 후 산란한다.

일본뇌염 매개모기와 말라리아 매개모기는 논, 농수로, 미나리꽝 등지에 많이 산란하고, 도시에서 가장 흔한 빨간집모기는 생활오수가 많이 섞인 개천과 하수, 정화조, 방화수 등지에서 번식한다. 숲속이나 해안가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흡혈하는 숲모기 종류가 많은데, 이들은 나무 구멍의 물, 낙엽 위에 고인 물, 염분이 약간 있는 해안가의 바위 웅덩이 물에 산란한다.

▲흡혈하는 이유: 흡혈귀처럼 동물의 피를 빠는 모기는 암컷이다. 알 성숙을 위해서는 암수 모기의 먹이인 식물의 당즙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암컷은 난소의 알에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흡혈 전선에 나선다. 따라서 흡혈량이 많을수록 산란수도 많아진다. 더듬이에 털이 많아서 암컷과 쉽게 구별되는 수컷모기는 피부를 뚫을 만큼 주둥이가 발달하지 못한다. 모기는 자기 몸무게의 2~3배에 해당되는 5~10mg의 피를 배 속에 채운다. 모기의 배는 안쪽으로 여분의 주름이 접혀있어서 한번에 많은 양의 피를 저장할 수 있다.

▲냄새 레이다를 이용한 사냥: 모기는 흡혈 대상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동물이 호흡할 때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땀의 주성분인 수분, 젖산, 아미노산 등의 체취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 모기는 1-2m 에서 사물을 겨우 볼 수 있는 근시지만, 이산화탄소는 10m, 젖산의 경우는 20m 내에서도 냄새를 감지할 수 있으며, 근거리에서는 체온과 체습에 유인된다. 모기는 더듬이 아래에 있는 ‘촉수’라는 예민한 감각기가 있어서 화학물질을 감지한다. 모기가 특히 발이나 얼굴에 몰려드는 것도 발의 땀 냄새와 호흡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때문. 어릴수록 모기의 유인을 받기 쉬운데, 이는 어릴수록 신진대사 작용이 활발해 유인물질들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기에게 잘 물리는 사람은 땀을 많이 배출했거나 신진대사 작용이 활발하다는 증거.

▲스텔스 흡혈 전략: 보통 모기에 물리는 순간, 아픔을 느끼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가려움을 느낀다. 모기가 흡혈할 때는 6개의 침돌기가 있는데, 흡혈관 (상순) 하나, 타액관 (하인두) 하나, 톱날침 (소악) 1쌍, 가는 침 (대악) 1쌍을 사용한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직경 20~60μm인 흡혈관인데, 이 정도의 굵기로는 피부를 뚫을 때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침돌기가 들어오는 것을 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기의 침샘에 의해 생산되는 타액은 흡혈하기 전에 0.005ml 정도가 몸 안으로 주입되는데 이때 말라리아 원충이나 뇌염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간다. 모기의 타액은 약 20가지의 아미노산, 소화효소, 혈액항응고 성분이 있다. 물린 후 가려움증은 이러한 이물질 (항원)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다.

모기의 뱃속에는 두 종류의 위장이 있는데, 식도에 해당하는 부위에 ‘구강도 밸브’라는 판막이 있어서 흡혈한 혈액이 들어 올 때는 바로 위장까지 들어가게 하고, 식물의 당즙이 들어 올 때는 ‘구강도 밸브’를 조절, 등과 배에 있는 ‘위맹낭’이라고 하는 3개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게 한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소화시킨다. 하찮은 모기일지라도 생존을 위해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생명체는 모두 경이롭다고 하겠다.

▲물리지 않는 방법: 창문에 설치한 방충망에 작은 구멍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한다. 2㎜ 정도의 구멍이 생기더라도 모기는 몸을 최대한 움추려서 비집고 들어온다. 또 방충망과 벽이 만나는 곳의 틈도 모기가 자주 이용하는 출입구다. 이때는 실리콘을 이용해 틈새를 꼼꼼하게 막는다. 모기는 출입문에 붙어 있다가 문을 열 때도 들어오므로 미리 모기 기피제나 살충제를 출입문에 뿌려 앉지 않도록 한다. 출입문 밖에 방충문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 건물에 유독 모기가 많으면 대부분 근처 하수구와 정화조가 근원지다. 집안에선 화분 물받이에서도 모기가 산란하므로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한다. 산에서 모기를 쫓기 위해 팔을 휘젓는 것은 냄새를 증가시켜 모기를 더욱 자극시킬 뿐이므로 이때는 모기 기피제를 옷이나 몸에 뿌리는 것이 좋다.

모기 성충은 대부분 1km 이내에서 활동하며 산란 장소 주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모기가 많으면 그 주위에 모기 발생 장소가 있다고 봐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모기 퇴치법은 유충 단계에서 방제하는 것이다. 모기 유충의 서식장소는 한정돼 있으므로 서식장소만 확인된다면 많은 모기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모기 유충방제는 천적인 미꾸라지와 모기만 죽이는 미생물 살충제(B.t.i.) 및 곤충성장억제제(IGR) 등의 선택성 살충제가 사용된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웨스트나일열은 1999년 여름 미국 뉴욕시에서 처음으로 62명의 환자가 발생되었다가 점차 전역으로 퍼져 2003년에는 45개 주에서 9,100명이 발생하여 262명이 사망했으며, 캐나다에서도 같은 해에 1,330명이 발생하여 10명이 사망했다. 병원체인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일본뇌염처럼 5세 이하의 어린이나 노인과 같은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이 잘 걸린다. 증세는 고열과 근육통, 두통 증세를 보이며 뇌와 중추 신경을 마비시키므로 치명적인 뇌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아직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상태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경계하는 이유는 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모기가 도시에서 가장 흔한 빨간집모기인 까닭이다. 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우선 조류의 집단 폐사가 있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즉각 보건 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

이동규 / 고신대 위생곤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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