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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창의 심리학’…예술과 문화심리로 본 한국인 ‘한·흥·정·끼’
‘떼창의 심리학’…예술과 문화심리로 본 한국인 ‘한·흥·정·끼’
  • 김재호
  • 승인 2021.03.1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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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떼창의 심리학 : 한국인의 한, 흥 ,정 그리고 끼』 푸른사상 학술총서 55 | 김재은 지음 | 푸른사상 | 384쪽

김재은 이화여대 명예교수(심리학과)는 그동안 13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저력이 있다. 이번에 푸른사상에서 나온 『떼창의 심리학』은 책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떼창’이라는 표현은 한국인들의 심리와 문화, 철학 등을 한마디로 제시해준다. 책의 영어제목은 ‘The Psychology of peculiar emotional complexity of Korea’이다. 번역하면 ‘한국의 독특한 정서적 복잡성에 관한 심리학’이다. 매우 흥미롭다. 

김재은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2011년 6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열린 K-팝 공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르 피가로>에서 한국의 아이돌들이 유럽을 한류로 덮쳤다고 소개한 내용에 감격을 받은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70년 만에 최빈국에서 문명이 선진화된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이란 나라, 내 조국이 어떻게 해서 세계 문명사를 지배해온 유럽 대륙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파리를 문화의 파도록 삼킬 수 있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한류의 인기는 계속이어지고 있다. 

『떼창의 심리학』의 주제는 예술의 기능에 대한 재점검이다. 우리 시민들은 왜 그렇게 흥이 많고, 끼가 많아 긍정적 의미로 현장에서 소동이나 난장을 부리는 것일까?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해한력(解恨力)’은 어떤 문화DNA에서 나온 것일까? 김재은 저자는 트로트에 정신 치유력이 있다고 밝혔다. 예술의 치유적인 기능을 책에서 다루고 있다. 

책의 제1부는 ‘왜 떼창을 하는가’이다. 제1부 제1장 3절은 ‘떼창의 진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에서 관객 1천만 명을 넘겼다. 김재은 저자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표가 다 팔려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 종영 후 집에서 TV로 영화를 내려받아 봤다. 영화관에서 ‘퀸’의 노래들에 열광하는 우리 민족을 보면, 과연 어떤 심리가 담겨 있을까? 사회적 루저에 대한 위안과 구원, 치유라고 김재은 저자는 설명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관에서 함께 열광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위안과 구원, 치유로서의 예술적 기능

『떼창의 심리학』 제2부는 ‘우리는 다르다’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세계적으로 유행을 타면서 생활과 문화 전반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김재은 저자는 “(K-팝, K-댄스, K-푸드, K-패션, K-뷰티, K-트로트, K-방역 등에 열정을 쏟는) 이 일꾼들이 정부의 외교·홍보 전략가들이나 국회의원보다 몇십 배는 더 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산업과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며 애국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한류가 벌어들이는 수입만 고려하더라도 이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한국의 ‘한·흥·정·끼’에 대한 고찰을 해보면, 교육과 문화적 역량이 자리잡고 있다.  

김재은 저자는 한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질문을 던진다. 왜냐하면 외신 등에서 한류의 아류 같은 그룹들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흉내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저자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첫째, 다른 나라들이 한류를 따라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둘째, 영화 쿼터제 같은 공정거래시스템으로 한류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 셋째, 콘텐츠의 한계이다. 콘텐츠는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김재은 저자는 한국인의 문화DNA를 믿는다고 했다. 그 안에 있는 독창성이 중요하다. 

제2부 제7장 2절에선 음악과 무용에서 보인 성취를 다뤘다.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박민종 바이올리니스트나 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 임유직, 피아니스트 한동일과 조성진, 손열음, 이호정, 홍민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성악가 최승원과 홍혜경, 신영옥, 황수미, 최현수, 김동섭, 김기훈 등은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김재은 저자는 발레와 골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로 열정과 집중력을 강조했다. 김재은 저자는 “‘우리가 춤을 원래 좋아하는 백성이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워보고 싶다”고 적었다. 

열정과 집중력 그리고 타고난 춤에 대한 흥미

『떼창의 심리학』 제4부는 ‘예술과 엑스터시’를 다룬다. 김재은 저자는 “엑스터시는 강력한 에너지원”이라면서 “이 엑스터시의 심적 에너지가 파괴적이 되거나 폭력성을 띠지 않게 하려면 그 에너지의 분출 통로(채널)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적었다. 엑스터시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고 엑스터시를 위해 향락주의에 빠지자는 말은 아니다. 특히 교육의 차원에서 “탐구의 기쁨은 극히 자발적 경험”이라고 적었다. 

김재은 저자는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창조적으로 보고 느끼고 만들어가는 ‘예스!’라는 한 낱말 속에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며 “21세기의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긍정적 ‘예스’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예술은 분명 힐링의 효과가 있다. 『떼창의 심리학』에 따르면, 이집트 사람들은 음악을 ‘영혼의 약’으로 간주해 임신과 관련해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페르시아인들 역시 소리로 만병을 고쳤다고 한다.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1대 왕 사울은 음악으로 심신의 병을 고쳤다는 기록이 성경에 전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흥과 끼가 많은 것 역시 음악과 춤 등의 예술을 통해 고된 삶을 견뎌내려고 했던 셈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함께 모여 ‘떼창’을 자주한다. 그 과정에서 엑스터시를 느끼는 문화DNA가 한국인들의 몸에 오래 전부터 각인돼 온 것이다. 기자도 힘들 때 가끔 ‘떼창’에 참여해야겠다. 물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말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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