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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연구실에 冊•茶•扇이면 족하리
한여름 연구실에 冊•茶•扇이면 족하리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8.0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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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학자 정민 교수(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 /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정용욱 객원 사진작가
중복 더위에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치며 삼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연구실에 들어섰다.

다기를 앞에 두고 앉아 부채를 권하는 정민 교수는 서늘한 동굴에 들어앉아 책장을 넘기는 옛 선비의 모습이다.

 

정 교수는 한자교과서 편찬작업을 마무리하고 한국문학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또한 새에 대한 관심이 꽃으로 이어져 한시에서 ‘황촉규’ 또는 ‘촉규’라 일컬어지는 꽃이 ‘해바라기’가 아니라 ‘접시꽃’임을 밝히는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의 책상에는 옛 사람이 그린 접시꽃 그림부터 정 교수가 동유럽 여행에서 직접 찍어온 해바라기 사진, 접시꽃이 인용된 한시, 故 사전까지 책과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인문학자가 고서에 나오는 꽃이름을 번역하다 접시꽃의 잎사귀 모양을 살피고 해바라기가 빛에 따라 고개를 달리하는지 관찰한다. 하다못해 여행을 가서도 해바라기만 보이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재미’가 없으면 못 할 일이다. 새를 회화와 문학의 코드로 읽은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효형출판 刊, 2003년, 전 2권)에서도 그는 인문학의 확장을 모색했다.

 

多作하기로 유명한 정 교수의 논문과 저서들은 서가 덕이기도 하다. 5년 전 병원에서 사용하는 환자기록 차트를 구해다가 원형서가를 만들었다. 한 단에 1백20개의 파일이 들어가는 5단 서가 덕에 자료 찾기는 물론 글쓰기도 수월해졌다. 정 교수는 “책을 읽다 재미난 내용을 발견하면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다가 두 번째 같은 내용을 보게 되면 ‘또 보네’, 세 번째는 ‘재밌네’하고 스크랩을 하게 된다”라며 이렇게 하나하나 자료를 모으다 보면 금세 논문 한 편 쓸 자료가 모이게 된다라고 말한다. 정 교수가 올해 발표한 ‘한반도 호랑이 지도론’은 소년지에 나오는 호랑이 지도를 모은 것을 시작으로 1984년부터 20년간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씌여졌다.

 

고서를 연구하며 그가 얻는 것은, 옛 사람들의 생각이다.

 

삼복더위에도 책과 차와 부채 하나로 여름을 낫던 옛 선비들은 새 하나, 꽃 하나를 보더라도 관찰에 그치지 않고, 그 결과를 사색하여 삶의 문제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것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이 후세에 고전으로 전해진다.

 

하루내 책 안고 놀다가 심심하면 차를 달여 마시고 바람불기 기다렸다 부채 한 번 부쳤던 선비들의 몸짓에서 옛 사람의 생각을 읽는 정 교수에게서 옛 사람의 향취가 전해진다.

▲5년 전 병원에서 사용하는 환자기록 차트를 구해다가 만든 원형서가 덕에 글쓰기가 수월해졌다. © 정용욱 객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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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k 2004-08-12 08:35:21
<.......접시꽃이 인용된 한시, 故 사전까지........>

아마 "古 사진"을 쓰고 싶어 한 것 아닐까요??

"죽은 사진"이 아니라 "옛 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