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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평화의 꽃이 있었네
거기에 평화의 꽃이 있었네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07.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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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시리즈(한림대 한림과학원 편, 소화출판사 刊
 

한반도 전체면적의 약 0.5%만을 차지하는 비무장지대(DMZ). 그러나 ‘중무장’돼 있는 비무장지대에는 한반도 분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가 집약돼 있다. DMZ에 대한 기존의 학술적 접근은 ‘생태보호론 대 지역개발론’, ‘평화론 대 안보론’처럼 대립적이거나 어느 한 면만을 강조하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1999년에 발간돼 올해 완간된 총 5권의 'DMZ' 시리즈는 이슈간 통합과 소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와 차별성을 지닌다. DMZ에 대한 정치외교, 군사학, 산업공학, 법학, 관광학, 산림과학, 역사학 등의 다양한 접근들이 진열돼 DMZ에 관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DMZ' 시리즈는 한림과학원 주최로 1996년 이래 매년 한두 차례 DMZ와 접경지역에서 개최된 ‘야외 토론회’의 연구 집적물이다. 다양한 전공의 필자들은 자연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해서 추상적이며 화해 불가능한 이념논쟁이 아니라 구체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남북한을 관통하는 물줄기를 더듬어가는 답사형식의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몸으로 더듬어간 ‘즐거운 고행’의 내용과 결과는 무엇인가. ‘발전적 이용과 해체(1999)’, ‘횡적 분단에서 종적 연결로(2000)’, ‘접경지역의 화해-협력(2002)’, ‘天 그리고 鳥-航-彈-電(2003)’, ‘평화(2004)’라는 제목이 보여주듯이 필자들은 남북을 종적으로 통합시키는 DMZ의 평화적 이용방안을 모색한다. 마지막 성과물의 제목인 ‘평화’가 대장정의 도착지다.

 

평화와 개발에 관한 총론적 문제제기라 할 수 있는 1권에 이어 2권은 요한 갈퉁, 베르너 페니히 등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한 ‘DMZ 국제학술회의’ 발표 논문들을 모았다. 특히 2권은 ‘The Korean DMZ - Reverting beyond Division’(Sowha, 2001)으로도 발간돼 국제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였다.

 

구체적인 현실을 묘사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3권에서는 남북한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을 위한 접경교류 활용 방안이 모색되는데, 북한 접경지역(강택구), 판문점(최성철), 서부접경지역(정규서), 동부접경지역(김재한)이 다뤄진다.

 

‘天 그리고 鳥-航-彈-電’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4권에는 DMZ 영공(김재한), 서식 조류(이우신), 민간항공협력(홍순길, 김맹선), 北의 화력운반수단(고성윤), 남북한 방송교류(한진만)에 대한 현황과 과제를 다루는 글들이 실려 있다. DMZ의 평화적 이용방안을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5권은 DMZ의 역사(김재한), 주변 강대국들의 대내외적 입장(김영호, 김지희), 국제기구 활용(손기웅), 접경지역 협력(이상만), 北의 특구사업(강정모, 박원규), 통일교육(김재한)으로 이루어져 있다. DMZ 관련 유엔사-북한 합의문, 접경지역 관련 법령 등 많은 관련 자료를 부록으로 제시하는 것은 이 시리즈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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