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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이제 여성과 페미니즘에 응답할 차례
한국학, 이제 여성과 페미니즘에 응답할 차례
  • 김경일
  • 승인 2021.03.19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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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한다_『한국의 근대 형상과 한국학』 김경일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386쪽

타자로서의 한국인 인식 극복하고자
문화와 지식의 영역에서 한국학 시도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탐구는 ‘한국적인 것’과 ‘한국인임’, ‘한국인다움’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반한다. 이에 대한 응답의 시작은 19세기 후반 이른바 서세동점기에 주로 서구(와 일본)을 통해 형성된 타자로서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일 우리가 이러한 한국적인 것, 한국의 가치와 이념, 한국 특유의 행동 원리나 속성, 또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같은 주제들을 체계화하여 집약한 지식 형태를 ‘한국학’으로 정의한다면, 근대 이후 100여 년이 넘는 시기에 한국학에 관한 관심이 응축되어 분출한 세 시기가 있었다. 1930년대와 1960년대, 그리고 1990년대가 그것이다.

1930년대의 한국학은 조선학으로 일컬어졌다. 국권을 상실한 식민지 상태에서 일종의 지역 개념으로 성립된 조선학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지식과 학문의 체계화된 형태로 출현한 학술 운동이었다. 그것은 조선인의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고 민족의식을 억압하는 식민 정책에 대한 반발과 저항에서 나왔지만, 동시에 경제와 정치에서 연이은 좌절을 경험한 민족주의 진영이 문화와 지식의 영역에서 시도한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1960년대의 한국학은 미국의 대학 체제에서 성립한 지역연구의 영향과 아울러 앞 시기인 1950년대 후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한국적 주체성의 추구라는 시대 정신을 배경으로 출현했다. 비록 박정희 정권이 전유했다고는 하더라도 시대사조로 부상한 민족주체성에서 ‘한국적인 것’은 근대화의 새로움을 강조하는 표상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1960년대는 20세기 전반을 통틀어 ‘한국적인 것’에 대한 모색과 추구가 가장 활발하게 전개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 지역연구와 한국적 주체성 추구

1990년대 이후의 한국학은 이른바 세계화와 지구 차원에서 한류의 보급이라는 시대의 맥락에서 출현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오늘날 학술과 지식 차원에서의 제도화에서 나아가 문화와 예술, 그리고 산업 전반에 걸쳐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이 보이는 세계 차원에서 한류의 유행을 목도하고 있다. 1930년대의 한국학이 학계의 개별 연구자 차원에 한정되었고, 1960년대의 그것이 국가와 정치 영역에서 주도되었다고 한다면, 1990년대의 그것은 세계시장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상품을 수출하기 위한 시장과 경제의 동기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

다른 한편 오랜 시간에 걸친 역사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한국학은 많은 논쟁과 주제들을 포함하는 문제 영역이다. 무엇보다 만일 한국학의 대상인 한국을 한국의 전통으로 치환할 수 있다면, 한국학은 한국 고유의 전통과 강요·수입된 근대라는 이분항의 대립과 갈등에 따른 논쟁을 수반한다. 1930년대의 전통이 근대-식민 지식의 압도 앞에서 발굴하고 보존해야 하는 어떤 것으로 상정되었다고 한다면 1960년대의 전통은 일본이나 서구·미국에 의해 부과된 것이 아닌 한국인의 주체성으로서 근대화를 통한 새로움과 미래 지향을 강조하고자 했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 이제 전통은 이상과 당위, 관념으로서의 지향을 보인다기보다는 실체와 적응, 효용으로서의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서구 방법론 논쟁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개별화와 일반화(개별기술과 법칙정립)의 대립은 널리 알려진 주제이다. 인문학 주류가 국학의 전통에 기반을 두었지만 사회과학은 수입 학문에 의존한 1960년대의 인문·사회과학 연구 지형에서 한국학을 둘러싸고 전개된 토착 학문과 서구 학문, 국학과 양학의 대립은 서구 방법론 논쟁의 한국판으로서의 특수성을 드러냈다. 이 시기 국내 국학과 수입 한국학의 충돌은 동시에 학문과 정치, 지식인과 국가 사이의 긴장이라는 또 다른 대립 구도를 수반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학의 대상과 방법, 가치의 세 영역으로 요약되는 한국학의 개념 정의 문제는 오늘날 미국학이 당면하고 있는 일련의 도전들과 글로벌 차원에서 공조 현상을 보인다. 한국이라는 특정 지역(시공간)에 고착화하여 이해하는 본질주의의 접근 대신에 한국학은 그것이 기원하고 실행되어 온 개개 역사 맥락의 현실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한국학은 최근 들어와 제기되고 있는 여성과 페미니즘의 도전에 대해서도 마땅히 응답해야 하는 시대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김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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