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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 바꾸는 MIT 학생이 받는 ‘징검다리 장학금’
지도교수 바꾸는 MIT 학생이 받는 ‘징검다리 장학금’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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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전경 사진=픽사베이
MIT 전경 사진=픽사베이

 

기존 연구실 떠나면서 끊긴 펀딩
한 학기 동안 학교에서 지급한다

지난 4일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은 MIT의 새로운 장학금 제도를 보도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지도교수를 바꾸는 대학원생에게 한 학기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가 마련된 배경에는 MIT 학생 단체 ‘RISE’가 벌인 캠페인이 있다. RISE는 ‘reject injustice through student empowerment’의 약자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학생 주도의 정의 구현 단체’이다. RISE의 의장 카라 로드비 씨(화학공학 박사과정생)는 캠페인을 벌여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학생은 늦은 밤이더라도 교수님 전화가 걸려오면 무조건 받아야 했습니다. 교수님께 미래를 위협받는 학생도 있었고요. 용기를 내서 지도교수님께 연구실을 옮기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안 좋은 내용만 잔뜩 쓰여 있는 추천서를 받아서 지원하는 연구실마다 퇴짜를 받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 세 경우 말고도 지도교수와의 불화 때문에 힘들어하는 대학원생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꼈어요.”

로드비 씨는 대학원생과 지도교수의 관계가 지나치게 비대칭적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지도교수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위협이 교수 특유의 ‘지도법’이라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부당한 지시를 학과에 보고하면 학과 관계자는 학생의 이야기를 공부하기 싫어서 부리는 투정으로밖에 안 듣는다는 것이다.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제도적으로 소외되는 것도 문제였다. 한 예로 니콜라스 셀비 씨(기계공학 박사과정생)는 2017년 가을에 지도교수로부터 해고됐다. 정규적인 미팅 자리에서 돌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셀비 씨는 연구 보조금을 받고 있었는데 해고되면서 모두 중단됐다. 당장 학비를 낼 돈을 구하지 못해서 그는 학과 사무실로 가서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셀비 씨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저희 책임은 아니잖아요”였다.

지도교수를 바꾸는 과정에서 지원금이 중단되는 것을 고려해서 ‘징검다리 장학금(transitional funding)’을 주는 학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확한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장학금 제도를 활용하는 학과가 적었다.

MIT 기계공학과의 학장 아난사 P 찬드라카산은 “명확한 기준 없이 이루어지던 제도를 보완하는 더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RISE는 교수, 학교 관계자, 학생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고 체계적인 제도를 구상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치밀하게 구성된 RISE의 캠페인은 성공했다. 반하트 MIT 총장은 최근 새로운 장학 제도를 만들어서 지도교수와의 불화로 어려운 일을 겪는 학생이 없게끔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지도교수와 연관이 없는 장학금을 받는다. 조교나 실험실 연구원을 통해 생활비를 버는 일도 보장된다. 지도교수와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증명할 자료를 제출할 필요도 없다. 또한, 새로운 지도교수와 연구실을 찾는 데 도움을 받게 된다.

만약 원래 있던 연구실에서 실험 인수인계를 해야 할 경우 4주 동안 매주 15시간 이하로 제한받는다. 또한, 기존의 지도교수에게 추천서를 받고 싶지 않다면 다른 교수에게 추천서를 받을 수도 있다. 모든 과정은 징검다리 장학금 담당자가 처리하기 때문에 학생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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