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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중세철학
처음 읽는 중세철학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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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외 13명 지음 | 동녘 | 400쪽

중세철학의 주요 철학자와 핵심개념을 한 권으로 만나다!
국내 연구진들이 처음으로 소개하는 체계적인 중세철학 입문서

흔히 서양 중세를 ‘암흑의 시대’ 또는 지성적 ‘불모’의 시대라고 말한다. 교회의 권위가 이성을 억압하고 모든 학문이 신학에 매몰되면서 정신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발전하지 못한 시대라는 편견으로 인해 서양철학사에서 중세철학은 상대적으로 도외시된 측면이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철학에서 데카르트의 근대철학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중세철학을 배제하는 광경이 낯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세에도 세계와 삶에 대해 사유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철학이 있었다. 그럼에도 중세철학를 이해할 만한 국내 연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고대의 사유가 왜 중세라는 종교의 시대로 전환했는지, 그리고 왜 근대라는 또 다른 시대로 나아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중세철학의 주요 사유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체계적인 입문서이다. 플로티노스, 아우구스티누스부터 토마스 아퀴나스, 오컴, 쿠자누스에 이르는 14명의 주요 중세철학자들의 핵심 개념을 강연 형식으로 알기 쉽게 풀어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특히 필자들은 어렵고 심도 있는 사유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철학적 사유에서 삶의 지침이 될 만한 것들을 뽑아내 당면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쓰임’을 주고자 했다. 지금 여기에서 중세철학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종교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기술문명으로 황폐화된 인간성을 회복하고 도래하는 AI 시대에 인간 사유의 한계와 방향성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과 과학문명으로 점철된 시대에 중세의 사유는 잊혀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요청되고 숙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세철학에 관한 국내외 입문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시각으로 중세철학을 재해석하고 소개하는 이 책은, 중세철학에 관한 교양서에 목말라 있던 국내 독자들에게 든든하고 충실한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플로티노스, 아우구스티누스부터 토마스 아퀴나스, 오컴까지
14명의 중세철학자의 진면목을 만난다!

중세철학은 신플라톤주의자라 불리는 플로티노스에서 시작된다. 플로티노스는 플라톤의 이분법적 세계이해 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과론적 사유를 종합해 독특한 사유를 전개해나간다. 반면 대표적 중세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를 신의 은총에 의한 무로부터의 창조와 역사로 말하며 종교적 색채를 강화한 기독교 신학의 토대를 구축했다. 보에티우스는 지혜를 통한 신의 인식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고대의 지혜의 전통을 근대로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했다. 또한 위-디오니시우스는 세계를 신의 섭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에리우게나는 이전의 사상들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며 신과 자연과 보편의 문제를 달리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중세에는 이성과 신앙의 구별을 중시하는 아비센나, 신앙에서 이성으로의 역할을 강조하는 아베로에스,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꾀하는 마이모니데스와 같은 이성과 신앙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이슬람철학자도 있었다. 이들이 제기한 이성과 신앙의 문제는 실재론과 유명론 논쟁을 낳기도 했다. 과장된 실재론자라고 불리는 안셀무스는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을 강조하는가 하면, 오컴은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유명한 논증처럼 이성과 신앙을 분리하며 유명론을 주창하기도 했다.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은 신비주의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로는 감성을 중시하며 신과의 합일을 이야기했고, 둔스 스코투스는 신의 절대적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주의주의를 부르짖었다. 반면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신비주의 전통과 지성을 중심으로 하는 이성주의와 합리주의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중세를 대표하는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러한 이전의 이성과 신앙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하나로 집대성하며 방대하고 다채로운 사상체계를 구축하며 근대를 태동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철학자들의 논증과 주장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단순히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문화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현대의 시선에서 보면 신을 강조한 중세는 자율적 인간 이성이 제한된 듯 보이지만, 차원을 달리하면 중세도 중세만의 고유한 사유를 해나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중세의 사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인간 역사 전체의 사유를 온전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 여기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소해가기 위해서는 인간 사유가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 발생하는 수많은 난제들, 점점 극단화되고 심화되고 확대되는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인간 사유의 또 다른 축이라 할 수 있는 중세의 사유와 더불어 고심하며 나름 방안을 강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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