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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으로서의 정치
소명으로서의 정치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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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 지음 | 박상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0쪽

베버는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읽혔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실 베버의 글은 악문으로 유명하다. 독일에서도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영문 번역본을 읽도록 권할 정도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베버의 글은 읽는 사람에 따라 정반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복합적이다. 그러나 2020년 영문판에서 폴 라우터(Paul Reitter)와 채드 웰몬(Chad Wellmon)은, 베버의 수업은 당시 500명 이상이 수강 신청을 할 정도로 대중적인 강의였고, 하루 저녁 강의가 이렇게 책이 되고 지금까지도 읽힌다는 것은 이 책이 소수 학자들만 읽을 수 있는 어렵기만 한 책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했다. 이들은 베버가 말하려고 했던 것을 오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복잡 미묘한 내용을 명료하게 다시 번역해 2020년에 영문판(Max Weber, Charisma and Disenchantment: The Vocation Lectures, Paul Reitter and Chad Wellmon eds., New York Review of Books, 2020)을 출간했다.

이번 한글판은 그 문제의식과 성과를 받아들여 내용을 좀 더 명료하게 하고, 학자들이 주로 이해할 만한 어려운 표현들을 가능한 한 쉽게 바꾸어서 한국의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베버가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했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문단 중간 중간에 첨언을 했으며, 역주 또한 충실하게 달아 주었다. 또한 원래 텍스트는 장별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았으나, 새로운 번역본에서는 내용에 맞게 세 개의 장(국가, 정당, 정치가)으로 나누고, 장별 내용도 소제목으로 구분해 이해하기 쉽게 했다. 최장집 교수가 쓴, 이 책의 해제에서는 베버의 정치철학에 대한 기존 국내외 논의를 충분히 섭렵하면서, 한국 정치에서 베버를 이해하는 데 고려해야 할 중요한 주제를 깊이 다루려고 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읽으면서 좌절했던 많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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