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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근대 장기지속으로 읽는다
동아시아의 근대 장기지속으로 읽는다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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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히로시 외 8명 지음 | 너머북스 | 416쪽

동아시아 근대 전환기,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새로 읽는다

『동아시아 근대, 장기지속으로 읽는다』는 동아시아학술원의 ‘19세기의 동아시아’ 연구모임이 그동안의 성과를 엮어 출간하는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 다섯 번째의 책이다. ‘19세기의 동아시아’ 연구모임은 서구중심주의와 근대중심주의를 동시에 극복함으로써 서구와 근대를 상대화하고 동아시아의 역사, 나아가 근대의 서구가 구성한 세계사의 재구축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2012년 1월부터 출발한 이래 지난 10년간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 대만사, 베트남사 등의 역사학과 철학, 인류학, 민속학 등을 전공한 30여 명의 연구자가 모여 매월 1회 정례 세미나와 매년 1회 이상의 국내외 학술회의를 진행해왔다.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는 그 성과를 단행본으로 담아낸 것으로, 첫 책 『동아시아는 몇 시인가?』(2015)를 시작으로 2권『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보면?』(2017), 3권『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2017), 4권『비교와 연동으로 본 19세기의 동아시아』(2020)으로 이어지며 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왔다.
5권의 주제는 ‘장기지속’이다. 장기지속은 잘 알려져 있듯이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이 제기한 것으로 단기지속은 사건사, 중기지속은 국면사, 장기지속은 구조사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성균관대)의 ‘동아시아 소농사회론’이 장기지속 연구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 그는 “장기지속 자체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지속=구조에 의해 규정되면서도 그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 즉 변동국면을 파악하기 위해서다.”라 한다. 『동아시아 근대, 장기지속으로 읽는다』는 동아시아 근대 전환기를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새로 읽는 책이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모두 9편의 논문을 실려 있다.
1부는 근대 전환기를 전통적인 것과의 연관 속에서 파악하는 논문이다. 미야지마 히로시는 한국 소농사회의 장기지속성에 관한 혼다 히로시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동아시아에서 소농사회가 장기지속할 수 있었던 요인을 맥팔레인의 연구를 인용하며 잉글랜드 소농과 비교 검토했다. 이용기(한국교원대)의 논문은 식민지기 농촌 지역에서 ‘전통적인 것’의 지속이 가능했던 기반과 동력에 대해 검토했다. 식민지기 농촌은 근대와 전통이라는 두 가지 체계가 경합하는 장이었다. 정승진(성균관대)은 해방 후 한국의 농지개혁 과정을 장기사적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는데 20세기 후반 영세 자작농체제를 극적으로 수립하는 과정이었다고 의미 부여했다.
2부는 정치적·사회적 질서의 지속과 변화를 살펴보는 글 4편이다. 배항섭(성균관대)은 18세기 중엽~19세기에 걸쳐 관권의 강화 및 사족의 몰락과 더불어 총액제와 공동납에 의거한 새로운 부세제도가 시행되면서 나타난 향촌질서의 변화를 살핀 글을 썼다. 송양섭(고려대)은 1888년 경상도 영해부 호구분쟁 사례를 소개한다. 호구 파악과 세금 징수를 둘러싼 수령과 서리, 사족과 소민의 긴장 관계를 다룬다. 홍성구(경북대)는 청 순치시기 휘주에서 실시된 청장, 곧 국가가 토지를 측량하여 과세하는 정책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조명한다. 문명기(국민대)는 18~20세기 중반에 걸쳐 대만의 '5대 가족' 중 하나였던 무봉 임가가 지역사회에서 한 역할과 사회·경제적 성쇠의 상관관계를 국가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본다.
3부는 장기적 관점에 의거해 동아시아 각국의 재정과 정책 시스템을 비교사적으로 살핀 글들이다. 손병규(성균관대)는 조선왕조가 왜 명·청이나 에도막부와 달리 군역제에 기초한 징발, 징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는지, 동아시아 각국의 재정 시스템은 어떠한 구조적 특징을 형성했는지 등의 큰 질문을 던진다. 홍성화(부산대)는 청조의 인구정책이나 경제 개발의 방향과 성격을 '근대화' 과정과 연결하여 살펴본다.

[엮은이의 말]

또한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숨겨져 있거나 외면했던 많은 문제가 드러났을 뿐 아니라 심화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 들 수 있는 것은 근대가 만들어낸 최고의 성취로 이해되던 민주주의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던 미국의 현실은 그동안 민주주의의 이면에 잠재되어 있던 인종차별, 그리고 현대사회의 가장 심각한 기저질환이라는 평가를 받는 빈부격차 등 ‘근대’가 안고 있던 온갖 병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우리는 매일매일 미국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위기가 국가 간, 국내 계층 간 불평등과 차별을 더욱 심화해나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근대’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하고, 근대 너머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근대중심적 역사인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새로운 이해를 더는 외면할 수 없음이 더욱 자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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