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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6] 헤엄 못치는 물고기 '도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6] 헤엄 못치는 물고기 '도치'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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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도치과 어류 사진=위키피디아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조선일보>에 연재하는 '명태 자리를 꿰찬 고성 도치’라는 기사가 강원도 사람인 필자의 눈길을 끈다.

“녀석을 만난 게 언제일까.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만난 장소는 또렷하다. 새벽 거진항에서 중매인들 다리 사이에서 서럽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대게는 경매를 마쳤고, 아귀도 주인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 녀석은 아직도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발끝에 이리저리 밀려다녔다."

옛날에는 동해 고성에서만 잡혔다. 당시 동해에서는 명태가 흔해서 도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만 고성 일대의 주민들만 김치를 넣고 한 솥 끓여 허기를 면하기 위해 먹었다.(……)거제와 부산의 겨울 별미가 대구라면 고성은 이제 명태 대신 도치다. 도치는 11월부터 3월까지 잡히지만 맛은 정월에 가장 좋다. 알이 밴 암컷은 수컷보다 곱절 이상 값을 받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물에서 떼어 낼 때도 알이 쏟아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두부 모양으로 찐 알이나 말린 도치를 쪄서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다.

도치를 조리하려면 먼저 껍질의 점액질을 제거해야 한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잘 문질러 주면 된다. 그렇게 준비한 도치로 숙회, 탕, 두루치기 무침까지 조리한다. (……)탕은 신 김치를 넣고 알과 함께 살을 넣고 끓인다. 두루치기는 갈무리한 도치를 김치와 갖은 양념을 넣고 볶은 것이다. 도치는 늦어도 정월에 먹어야 좋다. 이 무렵 살이 꽉 차고 뼈도 부드럽다.”

그렇다. 앞에서 도치암놈을 그물에서 떼어 낼 때도 알이 쏟아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피라미 같은 민물고기도 알배기들이 아주 죽을 위험에 처했다 싶으면 종족보존본능으로 알이나 정자를 쏟아버린다. 또 행군에 지칠 대로 지친 군인이나 취직시험을 망친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사정(射精,ejaculation)을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도치(Eumicrotremus orbis)는 도치과의 경골어류(bony fish)이다. 몸이 둥그런 공 모양(球形,globular shaped)으로 아주 큰 것은 27cm나 되고, 온 몸은 원뿔꼴(cone)의 거친 돌기로 덮여있으며, 돌기의 표면에 잔가시가 많다. 암수가 체색이 완전히 달라서 암놈은 암녹색이고 수컷은 흐린 귤색이거나 적갈색이다. 또 배지느러미(pelvic fins)가 아주 큰 빨판(suction cup)으로 변하여 돌이나 암벽에 몸을 찰싹 달라 붙인다. 다시 말해서 도치는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 어류이다. 

도치는 도치과의 바닷물고기로 생김새가 심통스러워(마땅찮게 생겨) ‘심퉁이’, ‘심퉁어’라고 불린다. 못 생긴 생김새와는 달리 살이 질기지 않으면서 쫄깃하고,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날로 먹는 회는 물론이고 뜨거운 물에 한소끔 끓인 후 한 번 더 데친 도치숙회, 알을 소금에 재워두었다가 찐 알의 찜이나, 묵은지 위에 도치를 얹어 조려낸 두루치기, 얼큰한 탕 등으로 쓰인다. 여기서 숙회(熟鱠)란 육류 내장이나 생선, 야채 따위를 살짝 익혀서 먹는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도치는 암초나 해초가 많은 곳에 살고, 150m 깊이의 연안(沿岸,near shore waters)에 서식한다. 몸높이가 높고 폭이 넓어 등 쪽에서 보면 몸이 마치 부풀린 풍선형태이다. 몸의 등 쪽은 녹갈색 바탕에 동공 크기의 불규칙한 형태의 검은색 점이 흩어져 있으며, 배 쪽은 검은 회색을 띤다.

눈은 작고, 두 눈 사이는 약간 솟아올라 있다. 주둥이는 짧고, 입 부위는 일직선에 가까우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쪽으로 약간 튀어나왔고, 양 턱에는 작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1줄로 나 있다. 도치(pacific spiny lumpsucker)는 타원형의 몸으로 울퉁불퉁하게 생겼고, 아귀를 닮았으며, 아귀보다 좀 작다.

깊은 바다에서 살다가 12∼2월에 얕은 바다암초지역으로 가서 귤색인 둥그런 알 덩어리를 바위에 달라 붙이는데, 한 번에 200여개의 알을 낳는다. 수놈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알을 지키면서 지느러미를 흔들어서 물을 흘려준다. 우리나라의 동해안 및 사할린, 일본 홋카이도의 태평양 연안, 베링 해, 캐나다밴쿠버 연안에 분포한다. 

도치는 맛이 담백하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 좋다. 도치의 간에는 비타민 A와 E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방지와 시력보호, 뼈와 이의 발육, 야맹증 등에 효과적이라 한다. 또한 세균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며,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손톱이 갈라지는 것을 막아준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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