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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일제 치하를 조명하는 제3의 시선
화제의 책 : 일제 치하를 조명하는 제3의 시선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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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와 근대의 이중성

연세대 국학연구원이 일제시대를 독특한 시선에서 조명하는 두권의 책을 펴냈다. '일제 파시즘 지배정책과 민중생활'과 '일제의 식민지배와 일상생활'(이상 혜안 刊)이 그것이다. 이 두권은 그 동안 일본제국주의의 지배정책이나 그에 저항하는 민족운동·사회운동 연구에 치우쳤던 연구의 약점을 보완하고 식민지시대를 산 한국인의 구체적 경험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연구시각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이 책들은 서구에서 불어온 역사에 대한 미시사적 관점과는 또 다르게, '실존하는' 지배권력과 밀착 연동되고 있는 일상들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그 차별점이 느껴진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일상생활'에서는 먼저 '도시화'에 주목하고 있다. 경성이 일본인지역인 남촌과 조선인거리인 북촌이라는 민족차별적인 공간분화를 겪으면서 조선인 소외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1차적 변화다. 보다 심층적인 것은 안채와 사랑채로 이어지는 평면적, 개방적인 전통가옥구조에서 내외부가 철저히 차단되는 근대식 '문화주택'의 등장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근대인으로 식민지인들을 조성해나간 것이다. 백화점과 공장의 등장은 새로운 근대 경영기법을 습득한 경영인과 체계적인 통제를 받는 노동자의 계급적 분화로 나타나고 이는 근대적 문물과 제도의 수입과 맞물리면서 개인들의 생활을 변화시켰다는 분석도 등장한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문화적 제도에 나타난 변화, 농촌사회, 민간신앙, 근대적 감옥, 식민지교육, 경찰제도 등을 살펴봄으로써 식민지 조선인의 생활상에 종합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일부에게 이 시기는 정치적 폭력과 경제적 약탈의 시기였고, 또 다른 일부에게는 근대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부를 축적해 '문명'을 맞이한 새로운 시기였겠지만, 이 시대의 실제 모습은 두 대립적인 것이 섞이고 어우러진 총체적인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시각이다.

'일제 파시즘 지배정책과 민중생활'은 역시 '수탈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의 영향 아래 전시수탈의 강화와 황민화정책의 실상 폭로에 주안점을 둔 기존 연구, 특히 빈약한 연구성과를 가지고 확대해석하는 경향을 반성하면서 파시즘 지배정책의 총체적 모습 파악에 도전했다. '1930년대 추진된 농공병진정책'이 일본의 공황타개와 조선개발을 통한 총력전체제 구축을 위한 플랜이었다는 점(방기중), 당시 행해진 '사상 정화공작'의 예를 분석해 국경지대의 공작책임자로 조선인들을 임명하는 내선일체 및 황민화의 집중강조 현상(미즈노 나오키), 일본이 벌인 전쟁이 정복·침략 전쟁이 아니라 천황의 은혜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성전이라는 1940년대의 국사교과서 분석(김경미), 일제의 총동원체제가 기존 농촌마을 사회의 공동체적 유제-신분제적 관계망을 사라지게 하고 '근대적' 사회질서로 재편하게 만든 것에 대한 분석(이경란), 전시체제하 조선연맹의 말단 기초조직인 '애국반' 활동을 중심으로 주민동원과 생활통제가 이뤄진 실상(이종민) 등에 대한 접근이 이뤄진다.

신기욱 교수는 이번 분석에서 서구 독일·이탈리아 현상에서 유래한 파시즘 개념을 식민지조선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걸 경계, 경험성을 강조하며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농정은 조합주의적 요소를 지녔으며, 기 이념적 기반은 농본주의와 사회정책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메이지 개혁주의였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일제 파시즘 지배의 구체적 실상을 드러내 그것의 특징과 논리 및 그것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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