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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91호(2021년 봄)
창작과 비평 191호(2021년 봄)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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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사편집부 엮음 | 창비 | 576쪽

 

[특집] 미국 분열 이후의 세계, 어떻게 대응할까


이번호 특집은 미국의 심각한 분열과 미중 간의 치열한 전략경쟁으로 말미암은 세계질서의 변동 양상을 진단하고 이에 걸맞은 우리의 대응 방향을 탐색하는 글들로 꾸렸다. 먼저 국제정치학자 이혜정은 2020년 미국 대선의 의미를 꼼꼼하게 살핀다. 약속과 절망, 위선으로 점철된 미국 정치사의 궤적을 좇는 가운데 선주민 학살, 흑인 노예제와 인종주의, 미국 예외주의 등에 대한 뼈있는 해석과 논평을 촘촘히 덧붙인다. 더불어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역사를 어떻게 재구성했고 어떤 이념적·정책적 차이를 보이는지, 그 각각의 한계는 무엇인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바이든 정부의 미국, 나아가 전세계가 어떤 기로에 처해 있는지 생생하게 다가온다.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이남주는 세계질서의 중요한 변수이자 문제로 대두된 미중관계의 구체적 실상과 양국 간의 전략경쟁에 대해 입체적으로 살핀다. 미중관계는 그 전개 양상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경제적 발전 속도와 군사력, 기술력, 지정학적 측면 등 다각적인 경쟁 국면을 바탕으로 향후 형성될 미중관계 변화의 시나리오를 펼쳐 보이며, 이에 따른 한국의 주체적 대응방식과 과제를 사려깊게 제시한다.
인제대 교수이자 전 통일부 장관 김연철의 글은 남북관계를 교착상태로 빠뜨리는 ‘원심력’들을 세밀히 진단하면서 남북관계의 현주소와 앞날을 조망한다. 새롭게 형성된 미중경쟁 구도와 북한의 자력갱생 전략, 그리고 ‘제재와 안보의 딜레마’라는 변수 속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실사구시적으로 논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청사진을 형성할 만한 3대 핵심과제에 대한 그의 전문가적인 식견과 제언은 남북관계를 구체적으로 전망할 때 요긴한 참조점이 될 것이다.


[대화] 청년, 한국사회를 말하다


코로나19로 가시화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적 지점들을 ‘청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활동가 김주온, 청소년인권 활동가 공현, 영화감독 이길보라, 출판편집자 이진혁이 각자의 삶과 정치적 경험을 기반으로 진솔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동산·주식 열풍, 세대론으로서의 청년담론 등을 비판적으로 진단하는가 하면 기본소득이나 공동주거 형식과 같이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정치적 장면’을 기획하는 상상력에 관해 경청할 만한 견해를 나눈다.


논단·현장


논단에서는 남다른 무게감을 지닌 두편 글을 소개한다. 본지 명예편집인이자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의 글은 지난 겨울호 대화 「기후위기와 체제전환」의 독후감을 포함하여 체제전환의 차원에서 경제적 성장주의 극복 논의를 이어가며, 자신이 주장했던 ‘적당한 성장’론을 화두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과의 비평적 대화를 복기하는바, 필자의 이중과제론적 시각과 김종철의 소국주의 간 상통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후천개벽’ 사상과 하이데거의 ‘기술시대’ 개념을 절묘하게 접목해 정신개벽을 동반한 체제전환을 강조함으로써 기후위기와 자본주의로부터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할 특별한 사유의 틀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북한대학원대 교수 구갑우의 글은 지난해 리영희 선생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평전과 선집을 매개로, 한국 현대사에서 ‘사상의 은사’로 일컬어졌던 리영희 선생의 삶과 사유를 새롭게 조명한다. 자주적 지식인으로서 선생의 사상이 역사의 특별한 국면들 속에서 어떻게 빛을 내고 또 어떻게 갱신되었는지 개성적인 어법으로 논한다.
현장란에서는 일본의 시민운동가 아오야기 준이찌가 일본 정권의 이행 과정과 한일관계를 진단한다. 아베 정권에서 스가 정권으로 이행되는 동안 실상 어떤 권력관계의 변동이 작동했는지 들려주는 한편, 올림픽과 북한 문제, 그리고 한국 촛불혁명의 여파 등 앞으로 한일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지점들을 세심히 살핀다.


문학평론


두편의 문학평론은 개성과 주제가 뚜렷하다. 한영인은 변화한 현실의 노동을 우리 소설들이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장강명, 김혜진, 김세희의 작품을 통해 분석한다. ‘이중구조화’된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중심에 두고 개개의 소설이 그것을 어떤 시선에서 포착하는지, 그 시선의 한계와 성과가 무엇인지 힘차게 개진한다. 신형철은 최근 우리 시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며 “예술성과 정치성이 교차하는 시학적 범주”를 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감정과 의문 그리고 행위라는 범주에 맞춰 그에 걸맞게 ‘시민성’을 사유하는 좋은 시들을 사례로 제시하며 ‘시와 정치’ 논의를 한층 구체적인 국면으로 이어나간다.


창작: 시·소설


시란은 강세환 고명재 김민정 박연준 배창환 송경동 이명윤 최현우 한연희 황성희 황인숙 11인 시인의 작품으로 채워졌으며 어느 호 못지않게 감동적인 작품들이 많다. 문진영 박상영 손원평 이혜경 정이현의 단편 역시 독자들께 몰입의 기쁨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이번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최은미의 장편도 반갑다. 시처럼 읽히는 첫 문단부터 강렬하게 다가온다.


작가조명·문학초점


작가조명에서는 고 최정례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펼쳐 보인다. 투병생활을 하던 시인은 이번호를 만드는 동안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였다. 나날의 삶을 바탕으로 비범한 시적 순간을 빚어내 사람들의 이마를 환하게 짚어주던 시인의 영면에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고인과 가깝게 지내왔던 이근화 시인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최정례 시인의 삶과 목소리, 그리고 첫 시집부터 마지막 시집이 된 『빛그물』까지의 시세계를 섬세하게 읽고 곡진히 담아냈다.
문학초점에서는 신철규 시인의 진행으로 정홍수 평론가와 김해자 시인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신진과 중견의 작품을 아울러 이번 계절에 주목할 시, 소설 여섯권을 꼼꼼히 읽고, 이 작품들의 미덕을 비평적 안목으로 충실하게 짚어낸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산문·촌평


산문란에는 전 노동부장관 남재희가 민기식 전 육군참모총장의 회고록 및 그와의 특별한 인연, 그의 곁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한국정치사의 몇몇 주목할 만한 장면을 복기하는 글을 기고했다. 군인 출신 정치인 민기식의 특이한 인물 됨됨이뿐 아니라 박정희 집권기를 비롯한 민주화 이전 정계의 면면과 그 시대적 분위기도 실감나게 전해진다.
촌평란은 한국 고전과 중국 현대사, 코로나 팬데믹과 의료 및 과학계의 실태, 노동현실과 문학적 탐색 등 다양한 주제에서 가려 선정한 11종 도서를 요령있게 다루면서 그 핵심을 짚어 평한다. 유익한 독서 길잡이이자 그 자체로도 밀도있는 읽을거리라고 하겠다.


제19회 대산대학문학상 발표


매년 봄호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이다. 제19회 수상자 이세인(시), 이재은(소설), 윤여경(희곡), 전승민(평론)의 작품이 신선한 개성을 담아 도착했다. 대학생 문인들의 열정과 아울러 높아진 기량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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