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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미국행 망명자의 고통은 계속된다
[글로컬 오디세이] 미국행 망명자의 고통은 계속된다
  • 이은아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
  • 승인 2021.03.0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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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월 18일 과테말라 국경수비대가 캠핑촌을 소탕하면서 미국행이 좌절된 온두라스 이민자. 사진=로이터/연합
지난 1월 18일 과테말라 국경수비대가 캠핑촌을 소탕하면서 미국행이 좌절된 온두라스 이민자. 사진=로이터/연합

 

바이든 정부가 출범 전부터 예고했던 대로 이민 정책이 크게 변하고 있다. 얼마 전 멕시코 국경에 머물고 있던 중남미 난민 2만5천 명의 망명 심사를 재개하기 위해 하루 최대 300건씩 절차를 진행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민정책의 주요 골자는 ‘다카(DACA: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를 포함해 1천1백만에 이르는 미등록이민자에게 시민권의 길을 열어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 정부도 이민 제한과 불법체류자 추방 문제에서 공화당 정부와 방향을 달리 한 적이 없었다. 클린턴과 오바마도 부시나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을 감금하거나 대규모로 송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공화당이 함께 방치한 캐러밴 비극

 

중미발 캐러밴 기사에서 보듯이 현황은 매우 심각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망명 신청자를 입국시키지 않고 멕시코에 일단 머물게 만드는 정책을 시행하면서부터 중미 이주자들은 열악한 국경 난민 캠프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상태가 됐다. 70~80년대는 독재와 내란 등의 이유로 정치 난민이, 90년대는 가난과 일자리 부족으로 경제 난민이,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자연재해로 발생한 기후 난민이 더해지면서 중남미에서 미국을 향하는 난민 인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사이 급증한 난민·망명 신청자의 대다수는 ‘노던 트라이앵글(Northern Triangle)’이라고 불리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출신의 이주자로서, 캐러밴의 형태로 이동할 만큼 그들이 처한 상황이 처참하다.


‘비극’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는 이들이 떠난 국가의 환경뿐만 아니라 ‘이주 여정’이라고 일컬어지는 경로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주민의 인권 문제가 미디어와 학계의 관심사로 부상하게 된 것이 2014년부터다. 당시 ‘라 베스티아(La Bestia, 짐승이라는 뜻)’라고 불리는 화물열차 지붕에 빼곡하게 실려서 국경지대까지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했다. 그해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 난민 신청자의 수가 1년여 사이 거의 10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오바마 정부는 멕시코 정부에 압력을 가해 ‘남부 국경 프로그램’을 가동하도록 만들었다. 명목상은 이민자를 보호하고 폭력 집단을 근절시킨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주자들은 도보를 제외하고 영토를 가로지를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찾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장시간에 걸쳐 비교적 감시가 소홀한 험악한 지역을 통과하면서 마약 카르텔이나 폭력 조직에 의해 끔찍한 인적 피해를 보기 일쑤였고, 이주자 보호처나 쉼터 같은 장소를 제공받기도 어려웠다.

 

미국이 범죄조직을 키워 중남미에 풀었다

 

불법조직이 이주자를 착취하는 시장을 ‘카추코(Cachucho) 산업’이라고 부른다. 허리케인뿐 아니라, 폭력과 마약으로 인한 치안위기와 실업으로 이주에 내몰린 사람들이 이 시장의 희생양이 된다. 카추코 산업을 장악한 마약 카르텔과 폭력 조직이 성장하는 데 미국과 멕시코 정부의 이민 정책이 크게 일조해 온 셈이다. 예를 들어, 엘살바도르 이민자를 중심으로 성장한 ‘마라 살바투루차’, ‘바리오 18’과 같은 폭력 조직은 과거 미국이 지원했던 내전을 통해 싹튼 단체로, LA 지역의 멕시코계 이민자 주거촌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들은 1990년 이후 미국의 대규모 송환 정책을 통해 놀던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재이주하였고, 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시민들이 극도의 위험을 감내하며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게 하는 이런 환경적 원인에 대해 미국이 연대적 책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지난 1월 17일 미국으로 향하는 온두라스 출신 망명자들이 과테말라 국경선에서 군인들과 충돌했다. 사진=AP/연합
지난 1월 17일 미국으로 향하는 온두라스 출신 망명자들이 과테말라 국경선에서 군인들과 충돌했다. 사진=AP/연합

 

비인도적이고 위험한 이주 여정 자체가 이주자들에게 ‘불법적’이라는 이미지를 점차 강화한다. 국가 관할권과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이주자의 인권 침해를 내버려 두는 결과를 낳았고, 역으로 이주자가 마치 법에 따라 억제되고 처벌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바이든 정부 이민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미국 내 거주하는 미등록이민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멕시코 국경에 체류 중인 망명 신청자들 또한 그동안의 불안과 기다림을 고려한다면 변화된 망명 정책을 새로운 희망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난민 신청을 한다고 해도 인정될 확률이 매우 낮을뿐더러 끊임없이 생겨나는 난민 희망자가 더 많이 수용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불법적 입국에 단호한 태도를 밝혔기 때문에 새로운 이민 정책만으로는 중미 출신 이주자들의 캐러밴 행렬을 해결할 수 없다. 이 지역의 근본적 난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미국이 연대 책임을 인정하고 치안과 경제 위기에 대처할 국제적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은아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
코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라티노 연구이고 한국스페인어문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논문과 저작으로 『미국 라티노의 역사』(공역, 2014), 「라티노 이민자 불법성과 시민권 투쟁」(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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