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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無爲' 강조…儒·法家와의 관계 해명 부족
'열린 無爲' 강조…儒·法家와의 관계 해명 부족
  • 박승현 광운대
  • 승인 2004.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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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회남자』(이석명 지음, 사계절 刊, 2004, 244쪽)

▲ © yes24
박승현 / 광운대·동양철학

漢代철학 특히 한대의 도가철학이 학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3년 마왕퇴의 발견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백서노자', '황제사경' 등과 같은 중요한 자료가 발견됨으로 인해,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황노학'의 실체를 점차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한초의 중요한 철학적 저작인 '회남자'도 '잡가'라는 오명(?)에서 점차 탈피해 새로운 관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저자인 이석명 선생(이하 필자)은 우리 학계에서 '회남자'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소장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저작은 필자의 그 동안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해, 독자들이 한대의 시대적 배경과 '회남자'의 중요한 철학사상에 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평이한 문장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가고 있다는 면에서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필자는 '회남자'의 기본적인 색깔이 도가사상이라는 전제를 두고, '회남자'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중에 하나가 노장이 가졌다고 보여지는 '소극적 무위'를 '적극적 무위'로, 다시 말해 '닫힌 무위'에서 '열린 무위'로 진보적 또는 발전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에 비중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막힌 무위'란 사람들이 '무위'라는 말에만 집착함으로써 오해하는, 소극적이고 정태적인 무위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열린 무위'는 능동적이고 적극성을 띤 현실 참여적인 '무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회남자'에 대한 철학적 연구를 진행할 때, 직면하는 문제는 동일한 개념에 대해 각 편에 나타난 주장이 서로 상이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원도'편의 내용을 살펴보면, 도가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고, 도가적 경향이 강한 학자들의 저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필자도 '수무'편이 유가적 성향이 강한 배경을 가진 학자들의 주장을 반영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수무'편의 그러한 '무위'의 주장은 다분히 유가사상에 근거해 도가의 무위사상에 대해 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이한 주장에 대해, 필자가 어떤 관점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생략돼 있는 것 같다. '소극적 무위'에서 '적극적 무위'로 발전했다는 논지를 단지 '수무'편에 근거해 '회남자'의 '무위'사상의 특징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러한 논의를 노자와 장자의 '무위'개념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회남자'내에서, 특히 '원도'와 같은 도가적 성향을 띤 저작에 나타난 무위개념과 비교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 더 '회남자'의 '무위' 사상의 특징을 부각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노자와 장자가 말하는 '무위'를 정태적이고 소극적인 것으로 한정시킨다는 인상은 독자로 하여금 노자와 장자의 '무위'사상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많이 있어 보인다. 

또한 '회남자'에서 적극적 무위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황노학적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필자는 "'회남자'의 무위사상은 먼저 노자 장자 등 원시도가의 자연무위론을 바탕으로 삼고, 거기에 현실 대처 능력이 뛰어난 유가 법가 등의 이론을 끌어안고 있으며, 유가 법가가 현실 지향적 성격이 강한 만큼 자연히 인간 사회에 대한 소극적 태도보다는 적극적 태도를 강조하고 중시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가사상에 기반을 '원도', '숙진' 등에는 '유가'와 '법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볼 수 있다. 그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들을 끌어안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야만 '회남자'의 도가사상에 대한 올바른 자리 매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북경대에서 ''淮南子' 與漢初的莊學(회남자와 한초의 장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老子의 '道法自然'에 대한 연구', '老子의 無爲之治에 대한 연구', '회남자에 있어서 장자철학의 영향'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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