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5:55 (금)
'원서강독'으로 사회를 본다
'원서강독'으로 사회를 본다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7.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구모임을 찾아서 : 참여연대 시민사회 분과

참여연대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운동단체다. 주요 국책에 대한 비판과 참모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이곳은 국내 소장학자들도 많이 포진돼 있다. 참여연대에는 많은 소분과가 존재하지만 그 중 '시민사회 분과'에서는 국내의 시민사회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2주에 한번씩 토론회를 열고 있다.

다른 분과들은 대사회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민사회 분과는 내부역량을 쌓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2주마다 1회씩 세미나를 계속하고 있는데, 참여하는 사람은 윤상철 한신대 교수, 한준 연세대 교수, 정철희 전북대 교수, 김정훈 한신대 연구교수, 최현 성균관대 연구교수 등이다. 그외에 이 분야에 관심있는 대학원생들도 유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동노 연세대 교수도 초기에는 활발히 참여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요즘은 뜸한 상황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이뤄지는 토론의 내용은 무엇인가. 주로 시민사회이론과 관련해서 해외에서 나온 새로운 연구성과들을 '원서독해'하는 것이다. 2주에 1번 모이기 때문에 1년에 읽는 분량은 대략 5권 정도. 지금까지 읽은 책으로는 'states, parties, social movement', 'voice and silence' 등의 책과 시드니 패로우 등의 미국 사회운동 이론가들의 저술들이다.

지난 10년간 사회운동론을 주도해온 학자들의 화두는 '다툼의 정치학'이었다. 그리고 이를 넘어서 사회운동론의 이론적 확장을 시도하고, 비교연구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기 위한 연구작업들이 이어지고 그 성과물들이 책으로도 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Dynamics of contention', 'from contention to democracy' 등이다.
회원들의 주요 관심사는 이들 책에서 보이는 분석도구가 과연 한국의 현실을 해석하는 데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가이다. 만약 새로운 분석틀이 필요하면 그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다. 세미나 진행의 방식은 한권의 책에서 중요해보이는 4개 장 정도를 골라서 읽는데, 매번 대표발제자가 있어서 발표를 하면, 회원들은 자기가 읽어온 것에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식이다.

회원들의 주요 목적은 다른 국가들의 생소한 사회현상 및 그 해소방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즉, 흐름을 파악하면서 각자의 문제의식을 심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이 모임은 순수한 '리딩 스터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여력이 생기면 지금까지 읽은 책들 가운데 한국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의 번역작업도 해볼 생각이다.

1980-90년대를 지나면서 사회운동 연구의 스펙트럼은 넓게 확장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연구방법들이 많이 통합되고 있고, 연구 대상에 있어서도 동남아, 아프리카 같은 제3국에 대한 사례연구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께름칙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홍일표 회원의 지적이다. 즉, 외국의 사회운동 연구자들이 한국의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 같은 것은 자주 등장하는데, 한국의 5·18 민중항쟁 같은 것은 전혀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단순히 한국의 국제적 연구스펙트럼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회원들은 이 '리딩 모임'이 사회적 현상에 대한 긴장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론적인 깊이도 추구해나갈 수 있는 집단으로서 거의 유일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는 초기 상태이고, 또 열린 모임이어서 들고 나는 인원들이 있지만 핵심멤버들은 꾸준히 참석해서 이 모임을 어떻게 성장시켜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한준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사회운동 관련 논의들이 구체적 현실하고는 안 맞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지적한다. 한국학계에서는 제도권 정치와, 사회운동, 시민사회를 각각 따로 떼서 보는 느낌을 많이 줬다는 것. 그리고 우리 사회의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 역시도 각론을 중심으로 많이 형성돼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통합시켜주는 역할을 이 모임에서 기대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학계도 자생적인 시민운동, 사회운동 연구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서구 논의들과 함께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