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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교육과정 ‘해답’ 찾아가기
대학별 교육과정 ‘해답’ 찾아가기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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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30 18:06:06
전국의 대학이 교육과정 개편으로 분주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각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2회 이상 수시로 교육과정을 바꾼 대학은 조사대상 70개 대학 가운데 39개 대학. 나머지 대학들도 학부제로 모집단위가 바뀌면서 이 기간 중에 교육과정을 바꿨다.

대학마다 학부제의 양상이 제각각인 만큼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정답은 없다. 또한 학부제가 유동적인 만큼 현재 대학들의 교육과정개편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를 뒤쫓아 강좌를 덧붙이거나 학부제로 모인 교수들의 전공에 따라 조합하는 등 임기 응변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대학의 특성에 따라 독창적인 교육과정 개편제도를 운영하거나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는 동양대와 서울여대의 사례를 소개한다.

동양대, 상시적인 교육과정 개편기구 운영

교육과정 개편은 ‘교육과정개편위원회 구성→ 원칙설정→환경 분석→요구 조사(설문조사 및 면담)→개정(안)→설명회 혹은 공청회→개정안 확정→심의→공포→적용’을 이상적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학계의 동향을 반영해야하는 학문 분야의 경우 순발력 있는 대응을 방해할 수도 있다.
6개학과 8개 학부로 이뤄진 동양대의 경우 대부분 전자, 통신, 컴퓨터 관련 실용학문분야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동양대는 학과(부) 교수회의에서 주도적으로 개편작업을 수행한다.

교육과정의 개편을 위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 중 하나가 의견조사. 이를 위해 동양대는 학기말에 이뤄지는 강의 평가이외에도 교육과정개편을 위해 해마다 학기초에 학과(부)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지난해에 마련된 ‘인터넷프로그래밍 실습’강좌도 정보통신공학관련 학과학생들의 요구에 의해서 마련된 것이다. 학과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필수과목 등 학점제한이 학과마다 다를 정도로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동양대는 실용학문위주의 학과구성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인성교육은 교양과정운영위원회에서 마련한다. ‘선비사상과 장인정신의 계승 발전’이라는 대학 설립이념에 따라 인성교육을 중시, 사회봉사와 예절과 관련된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선정해 전학생이 이수토록 하고 있다. 관련 강좌도 지속적으로 개발, 올해에는 인근의 부석사와 지역의 불교유물을 돌아보는 ‘불교사상과 명상체험’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의 정신을 잇고자 ‘선비문화유산답사’ 과목을 개설했다.

대학의 대형화와 백화점식 구성은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 이러한 속에서 소규모 대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울여대는 30년 동안 이어온 바롬 교육과 최근에 마련한 융합전공으로 특성화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여대의 융합전공은 다른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계전공과 달리 대학이나 학부내에서의 연계에 국한하지 않고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갖는 제 3의 새로운 전공을 개발한 것이다.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과 제2외국어를 연계 ‘국제학’이라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고, 아동학, 사회사업학, 행정학, 체육학, 기독교학에서 필요한 부분을 따와 ‘청소년학’전공을 신설한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소속 교수가 없고, 강사 위주로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았으나 지속적으로 우수강사를 충원하고, 신임교수선발을 학과단위에서 학부단위로 확대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현재 국제학이나 환경학의 경우 기존의 전공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 전공선택 경쟁이 치열하다.

융합과정이 전공분야의 다양화 측면에서 마련됐다면 서울여대에서 30년 넘게 진행돼온 바롬교육은 인성교육 측면에서 마련된 특성화 과정이다. 초기에는 “예비신부 수업이다”라는 비판도 받았으나 현재는 인격과 지도력을 바탕으로 하는 여성지도자 육성의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작은 대학 특징 살린 서울여대

1학년은 3주간의 합숙생활을 통해 ‘바로보기’, ‘멀리보기’프로그램에서 자기 삶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며, 2학년은 대학 내·외에서 쟁점을 찾아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3학년은 2주 동안 실습주택에서 공동생활하며 시민의식을 함양한다.

바롬교육 과정을 이수한 한 학생은 “신부수업으로 오인될 수 있는 일부과정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여성전문인력이 갖춰야할 내용을 충족시켜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1학년의 경우 바롬 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던 불만은 과정을 마친 이후 예찬으로 바뀐다는 것이 참가자의 전언이다.

공동체생활방식을 택한 바롬교육은 특히 학부제 시행이후 관계가 소원한 학생들 사이에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에 대한 애교심을 키우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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