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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부 증여’로 대학 돈 수백억 꿀꺽
‘부담부 증여’로 대학 돈 수백억 꿀꺽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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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03 21:39:12
사학비리로 대학 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어발식 대학운영과 교비횡령으로 지탄을 받아오던 전재욱 전 경문대 학장의 대학 장사 수법이 발각돼 파문을 낳고 있다. 지난 2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경문대는 이미 1999년 7월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받았고, 1999년과 2000년 두차례에 걸쳐 국회 국정감사 대상으로 올라 전 씨의 학사행정 전횡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수 차례의 국정감사에도 불구하고 요리조리 탈출구를 찾았던 전 씨의 대학운영 수법은 결국 사법당국에 의해 몸통을 드러냈다.

전씨의 재판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은 일부 비리사학들이 학생의 등록금을 빼가고 또 다시 부실대학을 양산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보여준다.

사학운영자가 ‘교육’이 아니라 ‘사업’과 ‘영리’에 눈을 돌릴 때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교비를 빼돌릴 수 있고, 대학의 구성원들은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이번 사건은 전 씨의 재판을 참관한 경문대 교수들에 의해 최근에 알려졌다.

대학장사꾼, 부실대학 양산

전씨의 교비 횡령금액은 처음 경문대 교수협의회가 제기했던 2백5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4백70억원. 학생수가 5천명밖에 되지 않고, 1년 예산이 1백20억원 정도인 동우대학 한 곳에서만 전 씨는 10년에 걸쳐 3백65억원을 빼돌렸다. 결국 전씨의 횡령은 교육환경 부실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의 몫으로 돌아갔다. 전 씨는 대학의 교비와 개인의 재산에 대한 명확한 구분조차 하지 않고, 교비를 마음대로 자신의 통장으로 옮겨 사용했다.

전씨가 주로 활용한 방법은 ‘부담부 증여.’ 경동대, 동우대학, 경복대학, 경문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전 씨는 건물이나 땅을 출연하면서 건물에 포함된 부채도 포함해서 증여하고 해마다 등록금 중 일정금액을 되돌려 받았다. 비리사학의 운영자가 신축공사나 실험기자재 구입과정에서 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고전적인 방법도 동원됐다.

전 이사장은 서울 태평로에 있는 15층 빌딩, 종로 19층 빌딩 등의 부동산을 동우대학에 부담부 증여하고 등록금으로 마련된 교비에서 해마다 수 십억을 빼돌렸다. 경복대학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92년부터 98년까지 교비와 법인회계에서 65억원을 인출해 갔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관계당국에 제대로 보고할 리 없었다. 실질적으로 부동산을 대학에 팔아먹고도 전씨는 교육부에 무상 출연한 것으로 허위보고 함으로써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으며, 대학측은 공사비를 실제금액보다 부풀려 지급한 것으로 조작해서 보고했다.
교비 횡령은 자신의 통제하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동우대의 경우 학장과 전 이사장이 계약을 체결했으며, 경동대학의 경우 자신이 직접 상환금을 결재했다.

이러한 돈은 물론 세탁의 과정을 거쳤다. 빼돌려진 교비는 금융기관을 수 차례 거친 후에 전씨의 손에 들어갔다. 1998년에 조성된 자금의 경우 등록금 입금 은행 통장 쭭 대학명의 일반 통장 쭭 대학명의 종금사 통장 등 6번의 세탁을 거쳐 전 이사장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입급됐다.

감사나오면 회계장부 없애

횡령 규모와 내용이 명백한 불법임을 알고 있는 전 이사장은 교육부가 감사 나올 경우 들키느니보다 장부를 없애고 관리 부실로 처벌받는 쪽을 택하는 ‘잔꾀‘를 부렸다. 전 씨는 경문대가 1999년 7월 교육부 특별감사,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 대상에 오르기 몇 달 전 이미 해당 직원들에게 대학의 회계 장부를 치워버리도록 지시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을 택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대학을 운영하다보니 한 대학의 부실은 다른 대학의 부실로 이어졌다. 교비를 빼돌린 금액 가운데 2백8억원은 IMF를 맞아 재정난에 허덕이던 경문대 매입자금으로 들어갔다. 대학별로는 경동대 57억원, 동우대학 1백50억원, 경복대학 65억원이다. 전 씨는 수도권지역의 대학이 장기적으로 신입생 유치에 유리하기 때문에 경문대를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 씨는 이들 대학에서 빼돌린 돈 가운데 경문대 매입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으로 또 다시 수도권에 대학을 세우려고 했으나 학내 비리를 지적하는 교수들의 활동과 감사에 밀려 좌초됐다.

전씨의 교비횡령수법에 대해 교협 관계자는 “전씨가 대학에 넘긴 부동산도 초기에 운영하고 있던 대학이나 고등학교의 교비를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경문대 인수자금 이외에 밝혀진 수 백억원의 출처와 탈세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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