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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비밀은 ‘호기심’과 ‘마음의 선’
인생의 비밀은 ‘호기심’과 ‘마음의 선’
  • 김정규
  • 승인 2021.02.24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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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와 느낌표 사이가 인생
마음의 선 위의 겸손과 사랑
천리마 찾아내는 백락들의 활약 기대

위당 오세창은 평생을 어린이 운동에 헌신한 소파 방정환의 묘비에 ‘동심여선’(童心如仙)이라는 글귀를 써서 그의 정신을 기렸다고 한다. 동심은 신선과 같다. 신선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는 인간보다는 한 단계 위여서 희로애락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 정도로 알려져 있다.

동심은 과연 신선의 경지일까? KBS 2TV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고 있자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먹을 것이나 장난감을 탐하다가 또 그것을 선뜻 내주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맞아, 바로 저게 동심이지!’ 하고 새삼 무릎을 친다. 동심 또한 인간의 마음이니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기심이 더 클 수도 있다. 다만, 어른의 마음과 크게 다른 것을 꼽자면 호기심과 상상력일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이 세상은 온통 경이로움이다. 아이들은 달콤한 과자, 강아지의 눈동자, 길가에 핀 풀꽃까지도 이건 뭘까 저건 뭘까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미국의 웨인 다이어는 아이는 모두 천재로 태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적절한 자극과 동기부여가 제공되지 않아 그 천재성이 시들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천재성

그러나 천재성을 잘 살려서 인류사를 발전시킨 사람 또한 많다. 그 중 한 사람이 석학 이어령이다. “내 특징은 유년 시절의 상상력과 호기심, 반짝이는 어린아이의 눈동자를 지금까지 잃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어령, 80년 생각』(김민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1)에 나오는 이어령 교수의 고백이다. 

“나는 천재가 아니야. 창조란 건 거창한 게 아니거든. 제 머리로 생각할 줄 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누구나 나처럼 생각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요.” 창조는 호기심, 즉 궁금증에서 나오고 그것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라 했고, 아인슈타인도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했다.

타우마제인(taumazein)이란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었을 때,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에 덮쳐오는 경이로움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달리 표현하자면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순간에 느끼는 희열이라고 할까?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가는 것이 내 인생이고 그 사이에 하루하루의 삶이 있었지. 어제와 똑같은 삶은 용서할 수 없어. 그건 산 게 아니야. 관습적 삶을 반복하면 산 게 아니지.”

이 교수는 우물물을 마시려는 사람이 아니라 우물을 파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려는 사람은 물이 안 나오면 실패라고 생각해 거기서 끝난다. 하지만 호기심으로 우물을 판 사람은 물이 안 나와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기심은 그대로 살아있으니까. 그래서 또 다른 우물을 파러 갈 동기가 생기고, 짜릿한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창조적 삶은 과정에 충실해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사사로운 식사 한 끼, 커피 한잔 나누는 것도 통제를 받는 사실상의 감금생활을 하고 있다. 음식점도 여행사도 공장도 문을 닫고 있다. 그러나 지금 앞이 막막하다고 해서 내일도 꼭 그러라는 법은 없다. 삶의 과정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이니까. 과정이란 그런 것이다. 이러한 삶의 과정을 충실하게 채우기 위해서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관건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일정한 선(line)이 있다고 한다. 리더십 컨설턴트와 상담심리학자 부부인 스티븐 클레미치와 마라 클레미치가 『마음이 무기가 될 때』(이영래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0)에서 사람의 마음을 네 가지로 구조화했다. 마음의 선 위쪽에는 개인의 성장을 이끄는 ‘겸손’과 타인의 성장을 도와주는 ‘사랑’이 위치한다. 마음의 선 아래쪽에는 자기 과시로 나타나는 ‘자존심’과 자기보호 본능인 ‘두려움’을 배치했다. 

선 위의 특질에는 진정성, 변혁, 성취, 친절, 연민, 관대함이 있고, 선 아래의 특질에는 공격성, 적대감, 회피, 비난이 있다. 선 위의 마음을 사용하면 우리 안에서 가장 성숙한 나, 최고의 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선 아래의 마음을 사용하면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우리 안에서 최악의 것을 끄집어내고 만다. 방어적이고 부정적인, 최악의 내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는 선의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파르르한 순간 내뱉는 말 한마디, 하나의 행동으로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약한 마음이 매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마음의 선 위에서 내려오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입학과 졸업의 계절이다. 대학에,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청춘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일 것이다. 이들이 꾸준히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음의 선 위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몫이다. 대학에서, 회사에서 천리마를 알아보고 찾아내는 수많은 ‘백락’(伯樂)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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