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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저변 넓히고 사유의 깊이 더하는 대학의 책들
앎의 저변 넓히고 사유의 깊이 더하는 대학의 책들
  • 박강수
  • 승인 2021.02.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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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판부 2021년 출간예정도서

대학출판부 20곳의 2021년 출간예정도서를 조사했다. 목록을 보내온 출판사는 15곳이고 취합된 도서는 총 89권이다. 역사서와 문학비평 부문이 강세였고 사회과학, 철학, 종교 등 인문 학술서가 뒤를 이었다. 이 중 60권을 추려 대학출판부 별로 소개한다. 

 

데미안부터 생명공학까지… 지식을 넓히다


경북대 출판부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변학수)을 다시 번역한다. ‘배교한 기독교인’이라는 원작의 정조를 살려 소박하고 단순한 언어로 재배열하는 시도다. 4월에 나온다. 5월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한국사를 ‘화폐침략’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식민사 연구서 『잃어버린 제국의 화폐』(김희호)가 대기 중이다. 개항 이후 후기 조선에서 단행된 화폐 개혁 일부가 일본 주도로 진행됐고 이는 치밀한 식민화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해석이다. 조선 중기 한문학 대가 신흠의 『청창연담』(강민구)도 3월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영남대 출판부는 올해 지역사회의 미술, 사진, 건축 관련 저술을 모은 ‘지역문화총서’를 기획 중이다. 학술 부문에서는 ‘동아시아’를 다룬 책이 눈에 띈다. 『도이지락교주』(박세욱)는 ‘동방의 마르코 폴로’라 불리는 원나라 왕대연이 중국해에서 인도양까지 항해하며 견문을 남긴 문화교류사의 고전이다. 이어서 동양의 대표 사상 유학과 불교가 서로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 『불교와 주역』, 20세기 한국화가 민경갑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 평론집 『유산 민경갑의 조형세계』(신항석)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 지식출판콘텐츠원은 스와힐리어, 몽골어, 폴란드어, 이란어, 인도네시아어, 헝가리어 등 ‘특수외국어’ 10종에 대한 교재를 발간한다. 사건과 인물을 테마로 동유럽사를 살핀 『동유럽 들여다보기』(김철민)가 9년만의 개정판으로 돌아오며 잡식 동물, 혼밥 등 인류의 식생활에 깃든 철학적 의미를 탐구한 『식자의 삶』이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브레이트학회가 집필한 『브레이트 연극 사전』과 한국괴테학회에서 쓴 『괴테사전2』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은 매년 200여 종의 신간을 발행하는 중견출판사다. 학술서 중에서는 『한국과 국제정치』(강상규), 『초고령∙인구감소국가 일본의 위기와 대응』(정현숙), 『한국 고전 정치문학』(김명준) 등이 눈에 띈다. 교양 부문에서는 세계 과학관의 역사를 망라한 『과학관의 탄생』(홍대길)과 김은환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위원이 제시하는 준법경영 매뉴얼 『기업과 정의』가 오는 6월 출간된다.


충북대 출판부는 번역서와 교재를 두루 출간한다. 『니콜라이 고골』(김문황)은 ‘제2의 고골’이라 불리는 20세기 러시아의 포스트모더니즘 작가 나보코프가 고골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정리한 저작이다. 『조선시대 아동교재 동몽선습의 학술적 가치』(우암연구소)는 조선 중기 유학자 박세무가 저술한 서당 교재 ‘동몽선습’ 연구서다. 교재로는 채권법(오지용)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최민) 교재를 자체 개발한다.


계명대 출판부의 출간 목록도 다채롭다. 『셰익스피어 비극과 비평적 해석』(김종환)은 해체주의, 페미니즘, 정신분석 등을 적용해 다방면으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을 재해석한 연구서다. 이 밖에도 ‘원시 기독교’와 ‘역사적 예수’를 탐구한 『Q복음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잃어버린 연결고리』(김재현), 현대 생명공학의 주요 주제를 정리한 교재 『21세기형 생물테마여행』(김인선) 등이 예정돼 있다.


조선대 출판원이 제작 중인 『생활 속의 헌법 이슈 쟁점의 분석과 해결』(김병록)은 법학과 교재 겸 교양서다. “헌법규범의 생활화와 민주시민의 헌법소양 고양”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유럽의 건축과 도시를 스케치하다』(문정민 외)는 건축을 테마로 영국과 독일의 도시를 여행하며 쓴 스케치와 단상을 묶은 책이다.

 

휴머니즘의 미래∙윤동주와 민족주의… 깊이를 더하다


부산대 출판부는 10여 종의 도서를 계획 중인데 눈에 띄는 것은 ‘우리시대 질문총서’ 시리즈다. ‘근대 이후’의 격변들, 첨단기술과 세계화, 신자유주의, 인본주의에 대한 반성 등을 주제로 한 출판 프로젝트다. 생태학 이론가 티모시 모튼의 『인류』(김용규), 빈 대학의 기술철학자 야니스 로의 『트랜스 휴머니즘과 포스트 휴머니즘』(조창오), 한국의 여성주의 정치학을 탐구한 『메갈리아 이후, 페미니즘의 현재와 미래』(김보명), 영국 식민 정부 시절 조성된 홍콩의 슬럼가를 통해 ‘법 없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구한 『구룡채성의 삶과 죽음』(곽한영) 등이 독자를 만난다.


이화여대 출판문화원의 주요 기획은 ‘사학총서’ 시리즈다. 『사료로 보는 몽골평화시대 동서문화 교류사』(남종국 외)는 ‘이화사학총서’ 두 번째 결과물로 동서양의 역사학자가 협업해 13~14세기 몽골과 유라시아 국가 사이 교류 양상을 소개하는 사료 모음집이다. 『역사 속의 질병 관리와 건강 담론』(최해별)은 ‘의화의료사총서’의 첫 책으로 동서양의 역사 속에서 개인과 국가가 질병과 건강을 관리하고 대응해 온 과정을 비교한 연구서다. 이육사와 루쉰을 중심으로 20세기 초중반 한국과 중국의 문학적 교류를 고찰한 홍석표 교수의 『한중문학의 대화』도 눈길이 간다.


한양대 출판부는 독창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역사 연구서를 준비 중이다. 『복고와 서양화 사이에서』(서동천)는 중국과 일본, 서구 열강에 의한 이권 침탈이 본격화되던 조선 말의 풍경을 1864~1910년 사이 한성의 건축사를 통해 돌아본 저작이다. 『근현대 지역사회의 민족운동과 사회운동』(박찬승)은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지역사회의 사회운동사를 다뤘다. 『아시아의 인류 진화와 구석기 문화』(배기동)는 기존의 서양 중심적 방법론의 피상적 접근에서 탈피해 아시아의 선사고고학을 규명한 결과물이다.


성균관대 출판부의 올해 테마는 ‘한국근대사 다시 읽기’로 보인다. 시인 윤동주를 기존의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해방시키고자 한 『시인의 발견, 윤동주』(정우택), 20세기 초 조선의 사회주의 문학단체 카프 등을 중심으로 식민지 시절 문학사를 탐사한 『피식민자의 계몽주의』(한기형)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동아시아 과거제도의 역사를 통해 당대 지식인의 존재론적 변화까지 추적한 하원수 교수의 『과거제도 성립사』 역시 기대작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문화부는 『심학지결』(이창일)을 낸다. 조선 후기 유학자 박세채가 옛 경전과 선유의 글에서 심학의 핵심이 되는 경(敬)에 대한 구절을 뽑아 엮은 책 『심학지결(心學至訣)』을 한글로 옮기고 주석을 단 것이다. 조선 후기 가집 편찬의 중요한 분기점에 놓인 고서 『청구영언』을 주해한 『청구영언 장서각본』(권순회, 이상해)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한국 혼례문화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분석한 『한국 혼례문화 연구』(주영하 외), 중국에 자리한 삼국과 발해 출신 인물들의 묘지명을 풀이한 『재당 한인 묘지명 연구』(권덕영) 등 선조들의 삶을 추적하는 서적들이 예정돼 있다.


종교서적들도 체크리스트다. 동국대 출판부는 약 50년 전 법정 스님이 편찬한 불교 신앙 길라잡이 『불교성전』 재개정판을 낸다. 윤재웅 교수가 쉬운 말로 윤문했다. 장로회신학대 출판부에서 준비 중인 『후기 사회주의 시대의 통일과 평화』(안교성)는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신학적 시도”다. 한국침례신학대 출판부는 히브리어 학습서 『성서 히브리어의 기초』(우택주) 개정판과 정승태 교수의 ‘기독교 변증학’ 강의 내용을 엮은 『디펜시오 크리스티아』 수정증보판을 계획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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