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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이 만드는 '데이터·생명창조' 시대"
"원천기술이 만드는 '데이터·생명창조' 시대"
  • 김재호
  • 승인 2021.02.2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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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미래를 말하다_ 『공학의 미래』 쓴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인터뷰
유통플랫폼 혁신한다 “인공지능·단순노동만 남는다”

원천 기술의 창의성 연구 오래해야
데이터는 미래의 무기
기술 격차는 기술로 해결해야

“플랫폼X를 장악하는 나라가  인공지능 시대를 이끈다.

공학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  시작(詩作) 능력이 연결된다.”

“인공지능 개발자, 관리자, 사업자 및  단순 노동!” 이 네 가지만 미래에 존재 할 직업들이다. 『공학의 미래』를 쓴 김 정호 카이스트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를 15일 만났다.  

김 교수는 “기존의 체계가 미래에 적 용된다는 보장이 없다”라며 “컴퓨터와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 다. 자기 전공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 융합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골자 다. 김 교수는 “환경, 바이러스, 인공지 능으로 인한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며  “기술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도 성장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답이 없는 세상”이라면서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처럼, 한국 형 비대면 교육의 모델을 만드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김정호 교수는 ‘플랫폼X’와 ‘데이터 지능부’를 제언 하는 등 미래형 아이디어가 넘친다. 사진 = 김재호 기자

 

김정호 교수 약력 :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반도체 컴퓨팅 융합 연구의 선구자이자 고속 반도체 설계 전문가이다. 인공지능 컴퓨터에 필요한 반도체 HBM(High Bandwidth Memory)을 개척하였다.

김 교수는 현재 카이스트 글로벌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 다. 이곳은 지난해 2월 설립된 과학기술 기반의 싱크탱크 다. 그동안 한국의 대학들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서 ‘어 떻게’에 집중했다. 이제는 창조적 리더가 되기 위해 ‘무엇’ 을 ‘언제’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과학기술이 경제와 사회 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시대다. 전 세계를 무대로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카이스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정책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나 세계경제포럼(WEF), IBM 등과 협업하고 있다. 글로벌전략연구소는 지난해 세 번의 국제포럼을 열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인공지능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특히 100여 명의 교수들과 인공지능,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협력을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플랫폼X’를 강조했다. 플랫폼X는 구글,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플랫폼X는 반도체와 배터리를 기반으로 그 위에 컴퓨터, 데이터센터, 콘텐츠, 서비스가 융합화한 기업들이다. 그는 “컴퓨터와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건 결국 수학, 생물, 물리 등 기초과학들에서 나온다”라며 “플랫폼X를 장악하는 나라가 인공지능 시대를 이끈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미래에는 말 몇마디보다 동영상이 더욱 중 요하다. 그걸 알아차린 게 유튜브고, 그 다음이 넷플릭스다.

김 교수는 ‘고속’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실시간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GPU와 D램 사이에 데이터 교환 속도, 그리고 셋톱박스와 TV 사이 등 기기와 기기 사이의 데이터 전송이 정말 빨라야 한다. 폰 노이만 컴퓨터의 경우, ‘고속’이 란 라인당 데이터 전송 속도와 개수 차원에서 수천만 번 이상 작동하는 것을 뜻한다.

데이터가 무기인 시대

김 교수가 집필한 『공학의 미래』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에 따르면, 거대 규모 이상의 데이터 센터가 미국은 1천 862개, 중국 79개, 일본 44개, 한국은 17개다. 국가별 데이터 센터 숫자가 각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나타낸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데이터 센터는 바닷 속, 액체 질소(영하 196℃ 이하에서 존재), 북극 등에 설치가 가능하다. 김 교 수는 컴퓨터와 반도체가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로 발생하는 열을 들며, 온도를 어떻게 낮추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교수는 액체 질소 안에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자는 입장이다. 

데이터는 미래의 무기다. 김 교수는 책에서 ‘데이터 지능부’를 제안했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통신에서 데이터로, 데이터에서 창조인 생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생명과학과 접목시키기 위해 면역학을 공부하고 있다.  

지금 성장하는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김  교수는 “각 나라가 집단 면역을 갖춰야 코로나19가 끝날 수 있는데,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라고 예상했다. 즉, 비대면 경제와 교육이 길어진다는 진단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한 사람에게 하나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다. 교육과 의료차원에서 소외지역만이라도 기술로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미래형 플랫폼X는 여기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에서 생명의 시대로 

인공지능의 윤리 차원에서 역시 김 교수는 고민이 깊다. 그는 『공학의 미래』에서 ‘15가지 인공지능 윤리선언’을 제시했다. 특히 여덟 번째인 “인공지능은 결혼하지 않고, 자 식을 낳지 않는다”는 인상적이다. 김 교수는 “더 미래를 내다본다면 인공지능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인공인간’이 생길 수 있다”라며 “인공지능은 복사, 붙여넣기를 할 수 있기에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책에는 “인공지능에 용서와 화해는 없다”는 표현이 나온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이 가진 장기 기억 중에서 사람한테 해로운 기억을 영구 삭제하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융합적 인재가 되기 위해선 과학기술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인문예술, 경영정책 등을 두루 경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테크니온대를 예로 들었다. 1924년에 설립된 테크니온대엔 아인슈타인이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테크니온대의 목표는 원천 기술에 대한 창의성 연구를 30년 동안 진행하고, 성공한 모델로 창업해 돈을 버는 것이다.  

“공학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 시작(詩作) 능력이 연결된다.” 김 교수는 책에서 시를 인용했다. 공대 교수인 그는 강의 시간에 시를 읊은 적도 있다. 은유와 직유, 압축적 능력이 바로 공학이자 시라는 얘기다.  

정년퇴임까지 5년이 남았다는 김정호 교수. 그와 인터 뷰를 하면서 ‘힐링’을 받았다. 또한 기술과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의 미래는 결국 ‘따뜻한 사람’에 달려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전=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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