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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당신의 종교만 옳은가
화제의 책_당신의 종교만 옳은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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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종교』와 『종교의 세계』

‘종교’와 ‘세계’ 둘을 키워드로 한 책이 나란히 나왔다. 세계 여러 종교의 사상에서부터 상징과 의례, 신자, 예술을 두루 살피고 있는 ‘세계의 종교’(니니안 스마트 지음, 예경 刊)와 종교의 세계를 새로운 비교의 틀로 분석한 ‘종교의 세계(윌리엄 페이든 지음, 청년사 刊’)가 그것이다. 두 책 모두 종교를 인간존재와 인류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으며, 그 이면을 살피고 있다.

‘세계의 종교’의 저자 스마트는 인간의 ‘삶’을 ‘聖'과 ’俗'이 교차하는 일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실존의 불안을 경험한 인간들이 해소책으로 찾거나 고안해낸 것의 ‘중심'의 응결체가 종교라는 것. 종교의 중심의 모습은 인격화된 神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돌이나 나무의 모습이기도 하다.

스마트는 이 같은 종교가 인류의 삶?문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세계관’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매우 복합적이다. 다시 말해 그는 기독교나 불교, 유교만이 종교인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세계관이나 마르크스주의조차 종교학적 논의에 포함되는 것이라는 것. 즉 종교의 다원주의 시대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이 다른 종교의 전통과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독단에 빠짐으로써 종교 담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종교전쟁으로 채우고 있다는 데 있다.

‘종교의 세계’ 역시 종교적 다원주의를 강조하지만, 논의의 초점은 보다 분석방법론에 가 있다. 페이든이 종교를 통찰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삼는 건 ‘비교’다. 그런데 비교의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해왔던 것이고, 그 오류와 왜곡의 가능성도 지적돼왔다. 이를테면 기독교적 관점은 타종교의 권위를 제거하기 위해, 합리주의적 관점은 기독교 절대주의를 제거하기 위해, 보편주의적 관점은 신앙의 국지성을 극복하기 위해 비교작업을 이용했을 따름이다.

페이든은 이런 전통적인 방법론의 의도를 비판한 후, ‘성스러움’을 축으로 구조화된 ‘종교의 세계’에 관한 비교 작업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네 가지 범주를 택한다. 첫째 신화적 언어와 유형, 둘째 의례적 시간, 셋째 신들의 개입, 넷째 순수한 행위와 속된 행위의 차이다. 이러한 종교적 삶의 형식은 표면적으로는 동일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중요한 것은 종교적 형식의 이면에 있는 삶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의 종교’와 ‘종교의 세계’는 둘 다 종교 자체보다는 종교현상 속의 인간 삶에 관심이 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자기만의 종교적 언어를 택해 분석해낸다. 즉 聖과 俗, 종교와 일상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종교를 바라봄에 있어 독단적인 태도를 취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공간의 삶 속에서 종교의 다양함을 봐야 한다. ‘차이’의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게 오히려 종교인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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