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보듯 강남은 '특별시'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특별취급을 받아왔지만, 강남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추구하는 책들은 그다지 흔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 '한경비즈니스'의 김상헌 기자가 발로 뛰어다니며 쓴 강남분석서 '대한민국 강남특별시'(위즈덤하우스 刊)는 반갑다. 아마 강남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인 분석서가 아닐까. 인터뷰와 방대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새로운 '파워 엘리트' 강남 사람들을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데, 이 책에서 드러나는 '강남인'들의 소비문화, 의식구조, 자녀교육, 라이프스타일, 재산증식, 귀족 네트워크의 형성과정 등은 강남에 대한 피상적인 상식들과는 다른 면이 많다.
우선 저자는 강남 부자들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식 투자스타일을 싫어하고, 성실성을 생명으로 한 건전한 부자집단이라는 판단을 내린다. 검소한 생활과 미래가치를 보는 투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천력이 그 근거다. 강남 부자들은 대체로 주식투자에 소극적이며, 재테크에서서 철칙으로 지키는 것이 절세다.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 책에서는 특히 부동산투자 등에 관해 지엽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강남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또한 강남 부자들을 상대하는 은행 PB들로부터 들은 강남 부자들의 돈에 대한 철학도 공개했다.
놀라운 것은 비강남권의 10배가 넘는 서울대 진학률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3개 명문대를 합치면 강남구가 1백명 중 9명, 서초구가 7.7명을 기록하는데, 이는 강북지역의 0.25명과 확연히 비교된다. 연간 1인당 평균 사교육비도 강남지역이 478만원으로, 수도권의 358만원보다 확연히 높다. '공통수학의 정석 초등학생반' 같은 것도 개설돼 일찌감치 대입을 향해 매진하는 대치동 학원가의 풍경도 그려진다.
두 권의 책에서 그려진 강남부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청교도적인 성실성'일까. 아니 그보다는 '돈에 대한 확고한 집념'일까. 아니면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삶에서 배어나오는 세련된 매너일까. 부채꼴로 펼쳐진 강남부자들의 삶의 부채살들을 맨 위에서 붙들고 있는 것은 '돈에 대한 공통된 태도'다. 따라서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강남 부자들의 '돈의 운용'이기보다는 '돈에 대한 철학'일 것 같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