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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으로 치닫는 덕성여대 분규
파행으로 치닫는 덕성여대 분규
  • 김미선 기자
  • 승인 2001.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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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30 17:54:49
박원국 이사장의 복귀로 혼미를 거듭하던 덕성여대 사태는 학기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97년 교육부 감사 결과 해임된 박원국 이사장이 대법원 판결로 이사장직에 복귀한 것은 올초인 1월. 덕성여대 교수협의회 김경남 교수(중문과), 남동신 교수(사학과), 양만기 교수(서양화과)를 비롯 5명의 교수에 대한 재임용 탈락 여부를 결정한 것은 박 이사장 복귀 뒤 처음으로 열린 2월의 이사회에서였다. 이후 학생들은 이들 교수의 부당한 재임용 탈락에 항의하면서 총장실과 행정동을 점거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수업 거부라는 극한의 사태를 빚었다.

그러나 학내 분규사태에 대해 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별다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팔장만 끼고 있다. 또 덕성학원과 학교측은 해결책 마련은 고사하고 도리어 학내 사태의 책임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과 일부 운동권 학생들에게 있다’며 교수·학생들을 매도했다.

지난 9일자 주요 일간지에는 “현 학원 사태는 명백히 일부 교수협의회 교수들과 극렬한 학생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학생들과 학부모 제위 및 일반 국민들께 천명코자 한다”는 내용으로 광고를 하는가하면, 이 같은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몇 차례씩 학부모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농성 천막을 철거하는 교직원을 만류하던 이 대학의 학생들이 학생처 직원들로부터 폭행당하는 등 학생들의 수난도 커지고 있다. 또 지난 22일과 23일에는 “수업권을 지키겠다는 학생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중간고사 하루 전날 인근 고등학교 교실을 빌러 ‘학교 밖 중간고사’를 강행하면서도, ‘재시험 불가’라는 강경한 방침까지 세워 비난을 샀다.

또 학내 사태에 대한 책임을 교협측에 돌려, 신상전 교수협의회장의 집을 현재 가압류한 상태다. 학교측은 한 술 더 떠 교직원의 4월 봉급을 학생들의 행정동 점거로 지급할 수 없다고 강짜를 부리는가하면, 이 또한 학생들을 선동한 교수협의회쪽에 책임이 있다고 둘러댔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부터 관선이사 파견과 권순경 총장직무대리 퇴진, 부당한 재임용탈락 철회 등을 요구하며 총장실과 행정동을 점거해오고 있으며, 지난 16일과 17일 양일 간에 걸친 총투표 결과 3천7백68명이 참가해 62%인 2천3백20명의 찬성으로 수업거부를 실시함에 따라 덕성여대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교수협의회는 ‘덕성여대 사태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학내 분규를 해결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덕성학원과 학교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시내 운니동 법인 사무실로 출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이사장의 독단적 학교운영에 대해 교수·학생들이 반대하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덕성여대 사태의 반면교사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대학 운영의 교훈이다. 소모적이고 무책임한 분규에서 탈피하는 지혜를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에게서 찾지 못한다면, 덕성학원은 긴 겨울의 터널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김미선 기자 whwoor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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