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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으로 보는 로런스의 사유와 모색
창조성으로 보는 로런스의 사유와 모색
  • 교수신문
  • 승인 2021.02.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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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H. 로런스와 창조성의 문학 | 강미숙 지음 | 동인 | 326쪽

저자는 역사적 통찰력과 관념주의 극복에서 로런스 문학 특유의 ‘창조성’을 찾고자 한다. 이때의 역사란 다름 아닌 소설가의 역사이자 ‘존재’의 역사이다. 이 지적이 중요한 것은 그간 로런스를 해석하는 맑스주의와 페미니즘 비평, 그리고 최근 ‘정치적 올바름’을 표방하는 여러 문학담론과 비평들은, 주장은 강한 반면 밋밋하고 공소한 작품 읽기를 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울’을 만들어 작품에 적용하는 것이 문학비평의 핵심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면, 로런스 소설의 의의는 우리 속의 관념주의를 부수고 ‘나와 내 주위 우주 간의 완벽한 관계’, 나와 예술언어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균형을 이룩하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의 걸작들은 거대한 변화가 밀어닥치는 우리 시대에 그 변화의 의미를 밝히고, 변화를 맞아 혼란에 빠진 우리의 관계와 감정을 근본으로부터 통찰하게 해주며, 그것을 헤쳐나갈 실마리를 찾아 나가게 한다. 

이 책에서 로런스의 모색은 영국에서 출발하여 호주와 아메리카대륙 등으로 이어지면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영국이나 유럽작가로 한정 지을 수 없고 사상의 폭도 근대 서구문명의 틀을 훌쩍 넘어서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과 생애는, 책 말미에 실린 작가 연보를 통해 어느 정도 짚어볼 수 있다. 로런스 사유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삶과 예술, 감각과 정신의 관계, 기독교와 근대문명의 미래, 물질주의와 이상주의, 그리고 감정과 존재의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펼친 이 책이, 로런스 사상 그 밑바탕에 진정한 창조적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시험한 로런스의 모색이 있었음을 독자에게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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