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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갈등'을 가로지르는 길
대학정론-'갈등'을 가로지르는 길
  • 고철환 논설위원
  • 승인 2004.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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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강렬한 움직임들은 '갈등'으로 표출되지 않고도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회 발전의 방향을 설정하는 치열한 문제의식과 새로운 가치관, 사회 변화를 갈구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헌신적 노력들은 일단 사회내 '갈등'이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러나 바로 이런 것들이 사회발전의 필연적인 동력이라면, 이제 '갈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도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즈음 내가 늘 하게 되는 생각이다.

지난 몇 십 년간 우리 나라는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지금부터 엄청난 질적 변화를 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간의 상호 신뢰의 바탕을 구축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평성의 원리가 배제돼 왔던 것은 앞으로도 무수한 갈등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형평 체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현재 만연돼 있는 조직과 집단간의 상호 불신을 깰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분출하고 있는 갈등의 양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갈등의 당사자간에 그리고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정부 부처와 시민 사회간에 결핍돼 있는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다. 상호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방식인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갈 수 없다.

갈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물론 여러 구체적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꾀해야 하고 정부의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갈등 관련 업무를 체계적으로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 사회운동이 더욱 성장해 다양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대안적 정책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히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앞에 '갈등'이라는 거대한 숲이 있다. 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실종될 수도 있고 지혜롭게 이 숲을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하나 찾아 낼 수 있다. '갈등'이라는 거대한 숲을 가로지르는 단 하나의 길은 '대화'이다. 대화는 상호 신뢰를 전제해야 가능하지만,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어딘가에서 숲을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이 '대화'에는 근원적으로 합의를 도출하려는 인간의 염원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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