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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의 시간에서 역사의 생성으로
지체의 시간에서 역사의 생성으로
  • 한명숙
  • 승인 2021.02.08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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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한명숙 논설위원 |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한명숙 논설위원 /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한명숙 논설위원 /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2020년의 대학생과 이십 년 전 대학생의 차이를 절감한다. 언어와 사고방식, 의식구조 등이 다르다. 사회의식과 시대정신, 세계인식의 차이가 크다. 뉴 밀레니엄 학번의 시절이 아득하다. 어느덧 ‘과거’가 되었다. 차이가 생긴 까닭은 무엇일까?

가정에서 가부장제의 고삐와 굴레 및 아들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맛보았다. 사회에 나가서는 학벌, 지위, 지역적 차이 등에 따른 기득권과 특권의식의 폐해 및 불공정과 편파주의의 분열을 겪었다. 경제계에서 효율·창출을 내건 편법과 부정과 유린을, 문화·체육계에서 성과중심주의의 희롱과 폭력과 착취를 보았다. 국가에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 관료적 특권의 부패와 권력적 유착의 비리를 들었다. 인권 의식의 부재와 인간 존엄의 몰수가, 도덕과 윤리, 교양과 상식의 부족 및 편견과 몰이해가 만드는 가학적 침해와 폭력적 언행이 ‘관행’이던 세상을 살았다.

2021년의 우리는 안다. 그런 삶이 ‘우리의 과거’였다는 사실을.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 그러면 안 되는 줄 몰랐던 시절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인식, 그런 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어났음을 알아차린다. 더불어 변화의 승리를 기억한다. 2000년대 초까지 학교에서 흔했던 사례 문화를 청산한 성공이 좋은 예다. 변화한 학교는 교육의 혁신으로 다방면의 K-문화를 지구촌 곳곳에 펼치는 힘을 길렀다.

영욕의 세월을 품은 21세기의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전근대의 구습과 잔재, 반민주의 폐습과 부조리를 도려내며 가는 길이다. 치우느라 애쓰고 바꾸느라 지친다. 상하고 썩은 부위를 발라내는 아픔이 따른다. 부정부패를 벗는 사건과 희생을 치른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새 세대의 세상이 열린다. ‘요즘 세상’이다. 관성의 장년층에게 어렵고 어색하다. 타성의 노년층에게는 세상이 바뀐 모양새다. 굳어진 의식과 정신에 부적응과 부작용이 나타난다. 시대 변화와 의식 발달 사이의 격차가 문화지체만큼 버겁다. 사회발전과 시민의식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진이, 그것이 이루는 차이가 지체의 시간을 만든다.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빛처럼 상대적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줄기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는 까닭은 미래가 과거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가교다. 미래를 만드는 시점이나 맞이하는 날도, 과거를 잊지 않는 날도 오늘이다. 오늘이 역사 생성의 시작이다. 최근 학계를 열광케 한 들뢰즈의 철학이, 리좀처럼 얽혀 있는 모든 차이가 생성(Becoming)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우리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 나와 너의 차이, 어제와 오늘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낡은 인식과 몹쓸 구습을 바꾼다. 과거의 영광은 관리로 빛나듯, 잘못된 과거를 안고 살면 현재가 괴롭다. 그냥 덮고 넘어가면 미래까지 불행하다. 오늘 청산하고 생성한 것이 미래를 만든다. 오늘이 미래로 흐른다.

시간을 청산하는 창조와 생성의 숨결이 가파르다. 대한 건국 이후 지속되는 성장의 속도가 벅차다. 학습이 필요하고 변화는 불가피하다. 생명체의 본질이요, 성장의 속성이다. 몹쓸 것은 버린다. 고장 난 것은 고친다. 틀린 것을 바로잡는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지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취할지, 시간의 흐름과 역사의 관점에서 배운다. 역사는 ‘획득된 기량이 세대 간의 전승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보이며, 진보하는 과학’이다.

시대 통합과 미래 역량의 내일을 부르는 대학의 동참은 무엇일까? “일송정 푸른 솔”로 울려 퍼질 사회 지성의 목소리 “한 줄기”를 바란다. 미래 과학의 생성! 새 살이 돋을 것이다.

한명숙 논설위원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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