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8:10 (수)
고양이가 캣닙에 환장하는 이유
고양이가 캣닙에 환장하는 이유
  • 정민기
  • 승인 2021.02.10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20일 『사이언스』는 마사오 미야자키 일본 이와테대 교수(생물학)가 캣닙의 생리학적 효과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면 캣닙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고양이의 마약’으로 불리는 이 잎은 박하의 일종인데 고양이뿐만 아니라 치타나 호랑이 같은 고양이과 동물을 흥분시킨다. 마른 캣닙을 바닥에 뿌려놓으면 고양이고 동물들은 그 위에서 뒹굴면서 온몸에 캣닙을 묻히고 취한 것처럼 갸르릉거린다. 

고양이과 동물이 캣닙에 환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캣닙의 ‘네페탈락톤’이란 물질이 고양이를 흥분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졌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베일에 둘러쌓여 있었다.

5년간의 연구 끝에 밝혀낸 메커니즘

마사오 교수 연구팀은 5년간 이 연구에 매달렸다.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위해서 수없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온 것이다. 먼저 연구팀은 캣닙에서 고양이를 흥분시키는 화학물질 ‘네페탈락톤’을 뽑아냈다. 그리고 고양이 종을 30가지나 달리해가면서 이 화학물질이 고양이를 흥분시키는지 확인했다. 동물원에 직접 가서 표범과 재규어에게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모든 종류의 고양이과 동물은 이 물질에 흥분 반응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개나 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캣닙에 노출된 지 5분 전과 후에 혈액을 채취해 ‘베타 엔도르핀’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캣닙에 노출된 이후에 호르몬 농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호르몬은 모르핀계를 자극해서 고동을 줄이고 행복감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캣닙 위 구르면 모기 덜 물린다.

마사오 교수는 고양이가 캔닙에 몸을 비비고 구르는 이유가 단순히 행복감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캣닙이 모기 기피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캣닙에 비빈 고양이가 모기에 얼마나 적게 물리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캣닙에 비빈 고양이에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보다 절반 밖에 안 되는 모기가 앉은 것이 확인됐다.

마사오 교수는 “고양이가 캣닙 위를 구르는 것이 오직 흥분감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을 잘못됐다”며 “이번 연구는 그 행동이 모기 기피 효과를 위한 행동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현장 답사에 나가서 잠복하고 야생동물을 관찰해본 사람을 알 거예요. 모기한테 물어 뜯기면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게 얼마나 힘든지 말이에요.” 마사오 교수는 고양이의 이런 행동에 강한 선택압이 작용해 진화를 거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