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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
  • 교수신문
  • 승인 2021.02.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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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지음 | 추수밭 | 300쪽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은 서평가 ‘로쟈’로 이름을 알린 이현우가 한국문학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묶어 펴낸 책이다. 그간 러시아문학과 세계문학을 가지고 다양한 강의를 펼쳐온 저자가 세계문학의 흐름에 바탕을 두고 한국문학을 읽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2020년 초에 발간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을 증보한 이 책은 초판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여성작가 10인의 대표작들을 살펴본다. 최근 한국문학에서 여성 독자층과 작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으로부터 기획된 이 책은 남성작가들이 포착할 수 없던 여성작가들의 문제의식과 작품세계를 폭넓게 들여다본다. 이 책은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남성작가 편과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동시에 저자에게는 그간 진행해온 현대문학사 강의를 총결산한다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이 될 수 있는가?”

세계문학 해설가 로쟈와 읽는 남성작가와 여성작가의 한국문학

 

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한 후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아울러 한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매번 화제가 되면서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으로 알리기 위한 번역 작업이 중요해졌다. 이처럼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에 한국문학이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세계문학의 ‘필독서’로 손꼽힐 만한 작품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수백 종의 작품이 쏟아지고 수십 가지 문학상이 수여되고 있지만, 세계문학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한국문학의 의의를 찾거나 각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은 서평가 ‘로쟈’로 이름을 알린 이현우가 한국문학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묶어 펴낸 책이다. 그간 러시아문학과 세계문학을 가지고 다양한 강의를 펼쳐온 저자가 세계문학의 흐름에 바탕을 두고 한국문학을 읽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2020년 초에 발간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을 증보한 이 책은 현대의 문을 열었던 다양한 한국소설을 남성작가 12인과 여성작가 10인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특히 여성작가 편은 최근 한국문학에서 여성 독자층과 작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에서 비롯된 기획도서이기도 하다. 초판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여성작가들의 문제의식과 작품세계를 폭넓게 들여다보는 이 책은 남성작가 편과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동시에 저자에게는 그간 진행해온 현대문학사 강의를 총결산한다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1960년대 강신재부터 전혜린까지

한국작가들은 현대적인 삶의 문제를 정확히 포착했는가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은 한국전쟁 이후 진행된 근대화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1960년대 여성작가들의 작품세계에 주목한다. 과연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현대인의 복잡다단한 삶의 문제를 제대로 조명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서 부각된다.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는 의붓남매 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다루며 포기하지도, 밀어붙이지도 못하는 근대인의 ‘내면’을 묘사함으로써 여성심리를 그려낸 중요한 작품이다. 반면에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 여겨지는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은 근대적인 상인의 세계를 거부하고 치정사에 얽힌 고소설적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지닌 작품이다. 전혜린은 소설가가 아님에도 한국 최초의 여성 독문학자로서 세계문학을 번역했다는 의의가 있으며 그의 삶 자체가 현대인을 위한 중요한 텍스트로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한국문학이 결여하고 있던 어떤 공백의 자리를 표시할 수 있다.

 

1970년대 박완서부터 1990년대 공지영까지

문학에서 근대적인 주체를 정립하려는 여성작가들의 시도

 

1970년대부터 여성작가들은 남성작가들의 것과 구분되는 근대적인 주체를 정립시키고자 했다. 여성주의 문학으로 건너가기 전에 여성들은 현대인으로서 어떤 선택을 하고 새로운 삶을 꾸려나갔는지가 다양한 양상으로 묘사된다. 박완서의 『나목』은 예술적 동경과 세속적 만족감 사이에서 삼각관계의 갈등을 묘사하고 결국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현실로 진입하는 ‘빗금 쳐진 주체’의 탄생을 알린다. 반면에 『유년의 뜰』에서 오정희는 예민한 감각으로 여성 욕망의 불가해성을 포착하고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현실에 대한 일탈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강석경의 『숲속의 방』은 학생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소양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며 저항도 적응도 할 수 없는 ‘실패한 주체’의 표본을 보여준다.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학생운동에 대한 ‘후일담 문학’으로 20대에는 누구보다 당당했던 여성들이 30대 이후 남녀차별적인 상황에서 좌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낸다.

 

1990년대 은희경부터 2010년대 황정은까지

시대적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성장을 거부하는 한국문학의 문제성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의 삶만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의 태도로까지 각인되었다. 그러나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라도 과거 우리에게 어떤 삶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거가 어떻게 현재의 삶을 연결하고 또 규정짓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과감하게 1970~1980년대를 생략시켜버림으로써 ‘성장을 거부하는 성장소설’을 지향했고 그것이 ‘1990년대 문학’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경제위기와 가족 해체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국 독자들은 당장의 ‘생존제일주의’를 정당화하는 신파 작품에 머무르는 양상을 보였다. 황정은의 작품은 소설보다 시에 가까운 주관적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다가 『계속해보겠습니다』를 통해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회적 세계로 진출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문학에서 ‘현대’는 완성되었는가?”

문학의 본질로 돌아가 다시 묻는 한국소설의 의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은 각 작품의 세계관과 그에 조응한 시대적 흐름을 짚어내며 기존 문학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가령 박경리나 신경숙의 작품은 평단과 대중 양쪽으로부터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 책에서는 근대 이전의 세계관 내지는 운명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소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다. 또한 한국문학의 사조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하거나 발전하고 있다는 통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지금의 한국문학이 사회적 현실을 거부하고 주체의 성장이라는 주제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날이 선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 책은 신화나 서사시, 고전문학과 구분되는 현대소설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당대의 역사성’을 제시한다. 현대소설은 ‘근대의 발명품’으로서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천착하고 파고드는 문학이지 단순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소설을 하나의 ‘장르’ 내지는 ‘이야기’로만 소비해왔던 우리에게 이 책은 세계문학과 견주어 날카로운 시각으로 한국문학을 읽기 위한 하나의 독법을 제시한다. 현대인의 삶과 역사에 비추어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정교하게 추적하는 이 책은 새로운 시대정신과 그에 걸맞은 위대한 작품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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