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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밑으로부터’의 해법의 허와 실
대학정론-‘밑으로부터’의 해법의 허와 실
  • 함한희 논설위원
  • 승인 2004.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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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한희 논설위원 ©
응급처방이 필요할 정도로 위급해진 지방사회와 지방대학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최근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인재가 빠져나간 지방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그래서 지방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지방의 대학들이 중심이 되어서 지방사회의 발전을 일구어야 한다는 발상은 뒤늦게나마 잘한 일이다. 

최근 교육부의 지방대학발전안의 특징은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지역의 현안과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말의 뜻은  각 지방대학의 실정과 사회환경에 맞는 학문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시켜서 지방대학의 자발적인 발전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밑으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의사결정 방식은 원래는 소외된 지역과 계층을 위해서 학자, 사회활동가, 또는 NGO들이 하나의 대안으로 고안해 낸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생겼을 때 이 해법이 가지는 장점으로 인해서 이제는 정부나 회사에서도 서슴없이 밑으로부터의 의견수렴이 기본입장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유행어가 되어버린 ‘밑으로부터’의 문제해결방식의 기본적 자세는 사실 소외층들이 스스로 힘을 길러서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고 마침내는 사회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일은 지금까지의 중앙집중식 보다 더 힘든 과정을 밟아야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시간과 노력이 몇 갑절이 더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밑으로부터’의 해법이 말의 유희처럼 느껴진다. 정부가 제도나 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조차 밑에서 각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밑으로부터’의 해법을 만능해결사로 등장시키는 일은 옳지 않을뿐더러 정부나 정책입안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전체의 구조적 모순을 가리우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힘기르기를 요구하는 일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 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현재 지방사회와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가 교육제도와 사회구조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그 한계를 넘어서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방대학이 제공하는 전액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서울대학을 포기하고 지방대학으로 올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교수의 연구실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자신의 일생을 따라다닐 학력을 포기하고 교수를 따라올 학생과 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밑으로부터’의 지방사회와 대학의 혁신정책의 허와 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점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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