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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재난, 책이 되다
일상이 된 재난, 책이 되다
  • 박강수
  • 승인 2021.02.0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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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출판계가 말하는 2021년'
41개 출판사, 262종의 예정 도서
사진=연합

 

국내 출판업계에 2021년에 대해 물었다.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한국 출판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학술∙교양∙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만들어온 출판사 41곳이 응답했다.

답변에는 출판 현실에 대한 고뇌가 묻어났다. 종이책 독서율(1년에 한 권 이상 읽는 사람 비율)과 가구당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꾸준한 하락세다. 온라인 대형 서점과 ‘돈 되는’ 실용서 중심의 기울어진 시장 구조에 팬데믹이 겹쳤다. 출판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은 여전히 위태롭다.

이번 조사를 통해 취합된 2021년 출간 예정 도서는 262종이다. 분야별로 보면 소설, 인문고전, 과학교양, 역사 부문이 강세다. 한강∙최은영∙박상영(문학동네), 조남주(민음사) 등 소설가의 신작이 대기 중이며 칸트 전집(한길사), 아리스토텔레스 선집(도서출판 길), 헤겔의 『정신현상학』(도서출판b)과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개정판)』(을유문화사) 등 고전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도드라지는 키워드는 ‘재난’이다. 지난해 코로나19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내준 숙제는 민주주의, 환경과 기후, 공공의료, 사회적 불평등 등 문명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것들이었다. 꼬박 1년간 방역전을 치르는 사이 더 세밀하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질문과 발견을 담은 책이 여럿 눈에 띈다.

먼저 기후위기를 다룬 책으로 빌 게이츠의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 『녹아내리는 북극』(동아시아), 『극단의 도시들: 도시, 기후위기를 초래하다』(한울) 등이 예정돼 있다. 청소년 대상 교양 출판을 주로 하는 ‘철수와영희’에서도 『10대와 통하는 기후 정의 이야기』를 낸다.

의료와 돌봄 노동에 천착한 책들도 주목할 만하다. 의료인류학연구회가 기획한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후마니타스), 바이오 신약 시장을 다룬 『바이오 제약과 투자』(박한슬)와 한국과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비교 분석한 『한국의 종합병원』(신재규∙이상 두 권 ‘생각의힘’) 등이 대표적이다.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재난을 파헤친 책으로는 『불평등의 세대』를 쓴 이철승의 신작 『불평등의 기원-쌀, 재난, 국가』(문학과지성사), 부동산 정책을 매개로 미국의 주거∙교육 불평등 재생산 체제를 밝힌 『부동산과 분할통치(가제)』(갈라파고스) 등이 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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