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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지리학’이 복원한 150년 한국의 경관
‘역사지리학’이 복원한 150년 한국의 경관
  • 정치영
  • 승인 2021.02.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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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한국 중소도시 경관사』 정치영, 홍금수, 김종근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346쪽

조선시대 읍치가 경관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경관들
신문화지리학적 방법론을 활용

지도는 ‘지리학의 독특한 언어’라고 한다. 지리학자들은 지도를 이용하여 지역과 공간을 읽고 해석하며, 또 표현하고 보여준다. 어떤 지역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하는 의문을 해결하는 데도 지도는 커다란 역할을 한다. 과거의 지도와 현재의 지도를 비교하면, 지역의 변화과정을 시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에 비해 급격하게 변모해 온 도시공간에서는 옛 지도가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이며, 현재 풍경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이다.

이 책은 지도로 지역을 읽는 데 익숙한 역사지리학 연구자들이 최근 150여 년간의 한국 중소도시의 경관(景觀) 변화를 지도를 통해 살펴보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특정시기의 경관을 복원하거나,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과정을 살피는 것은 역사지리학의 전통적인 연구주제로, 서양에서는 다양한 방법론이 개발되어 왔다. 이 책은 이러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경주‧공주‧나주‧강릉‧충주‧수원‧춘천‧군산‧익산‧김천 등 10개 도시의 역사를 경관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 동안 한국에서 도시경관의 복원을 시도한 연구가 그리 활발하지 못했으며, 그 결정적인 원인은 자료의 한계에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도를 핵심자료로 활용하였다.

이 책에서 다룬 10개 도시는 모두 나름의 지역성을 가진 개성이 강한 곳들이다. 전통시대에 수도나 지방행정중심지로서 기능했던 도시가 있고, 일제강점기 이후 철도 등의 교통 발달로 인해 급성장한 도시도 있다. 이에 따라 모든 도시를 동일한 방법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150여 년에 걸친 경관 변화 가운데 크게 또는 급격하게 변화를 경험한 시기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지도들의 비교를 통해 시가지 확대과정, 도로 및 철도의 증설 및 신설, 도로망의 변모, 주요 시설의 건설과 변용, 토지이용과 자연환경의 변화 등을 분석하였다. 

18세기 말의 경주(회화식 지도책 『지승((地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급격한 변화로 보는 도시

먼저 각종 문헌들을 분석하여 도시의 지리적 위치, 조선시대까지의 연혁, 개략적인 자연환경과 지역성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조선후기를 최초의 분석시기로 설정하여 고지도, 지리지 등을 통해, 읍치를 중심으로 한 시가지의 공간구조, 주요 시설과 건물의 배치 등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조선시대 읍치로 출발한 도시들은 객사와 동헌 등의 관아 건물, 읍성, 장시 등이 주요한 경관요소였다. 그리고 1890년대 지형도를 통해, 조선시대 말의 경관을 복원하였다. 이 지도는 교통로, 위치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제강점기의 경관복원은 1:1만 도시지도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조선시대 읍치였던 곳은 조선시대의 주요 건물 및 시설들이 일제강점기 들어 어떻게 활용되고 또 변용되는지 고찰하였으며, 행정구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시구개정과 도로개수 사업 등으로 토지구획, 도로망 등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특히 도로와 철도가 도시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주의 깊게 고찰하였으며, 행정중심지로서의 기능 유지 여부가 도시 발전에 어떤 작용을 하였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경관요소로 자리 잡은 각종 행정기관, 금융기관, 교육 및 종교시설, 그리고 공원 등 문화시설들이 어떤 곳에 어떤 과정을 통해 자리 잡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 이후까지

해방 이후의 변화는 여러 개의 단면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1960년대, 1970년대, 1990년대, 2010년대에 발간된 직접 비교가 가능한 여러 장의 1:5만 지형도를 통해, 시가지의 확대과정, 철도 노선의 신설과 변경, 도로망의 증가, 하계망과 토지이용의 변화 등을 살펴보았다. 

여기에는 지형도 상에서 나타난 변화 양상을 파악한 뒤에는 관련 사료를 수집, 분석하여 경관변화의 내용 및 의미에 대해 해석하였다. 또한 필요한 경우, 1:5천 지형도나 각종 주제도도 활용하였다. 이렇게 확인되는 경관의 변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신문화지리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경관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고찰하였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역사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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