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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학계의 고유성은 존재하는가
한국 사회학계의 고유성은 존재하는가
  • 정민기
  • 승인 2021.02.0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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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SSCI 2011년~2018년사회학 논문 초록 분석
국제 사회학과 구별되는 한국만의 연구 주제 늘어

한국사회학계가 국제 사회학계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연구 주제·용어·지식 담론 구조를 갖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화제다. 

김란우 스탠포드대 박사후 연구원과 송수연 한국방송통신대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사회학』 제54집 제4호에 「한국 학계의 고유성은 존재하는가? 한국 사회학과 국제 사회학의 지식 담론 구조 비교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논문을 게재했다.

김 연구원과 송 연구원은 위 논문에서 한국사회학계가 국제 학계와 구별되는 고유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발전시켜 한국사회학의 토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사회학계를 향한 상반된 두 견해

이 논문의 주장은 지난 5년간 한국사회학계를 향한 비판과 대조적이다.

<교수신문>은 2015년 12월 23일 「제도 안에서 본 사회학의 위기… “‘학벌 인종주의’ 극복이 과제다”」란 제목으로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와 함께 한국사회학계의 미국 유학파 비중을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학 교수 236명 중 125명이 미국 유학 출신으로 50%가 넘는 비중을 보였다. 

김 교수는 국내 사회학계에 학벌 인종주의가 작동하고 있으며 미국 유학파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면서 학벌을 둘러싼 극심한 상호 적대성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심한 학문적 폐쇄를 무너뜨리지 않고는 한국사회학은 희망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수 출신’ 분석이 아니라 ‘논문’을 분석

두 저자는 사회학과 교수의 출신을 분석하는 대신 사회학 논문을 조사했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8년 사이에 발행된 사회학으로 분류된 KCI 논문 3천91편과 SSCI 논문 3만6천496편의 영문 초록을 분석했다.

두 저자는 국제 사회학 논문과의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KCI 논문에서도 한국어 초록이 아닌 영문 초록을 수집했다. 

초록을 수집한 다음 문장을 구성하는 여러 문법적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의미 있는 텍스트만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전치사나 관사, 동사 등의 용어들이 제거됐다. 

본격적인 자료 처리 과정에 ‘구조적 토픽 모형’이 사용됐다. 이 모형은 최근 사회과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텍스트 분석 방법으로, 텍스트 안에 잠재된 주제를 찾아준다. 

논문에 사용되는 용어, 국제 사회학의 3%만 국내 사회학에서 사용

‘용어 비중’ 분석 결과, SSCI 논문 중 약 3%가 KCI 논문과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저자는 이 수치로 미루어보았을 때 SSCI 논문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고유어는 KCI 논문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분석에 사용된 SSCI 논문은 KCI 논문보다 10배 가까이 많았다.


국내와 국제 사회학 논문의 주제 비교

‘주제 분포’를 비교해본 결과, 아래와 같은 분포가 나왔다. 

국내와 국제 사회학계에서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지는 토픽은 가운데 사선 위에 위치한다. KCI 논문에서 더 많이 언급될 경우 사선의 오른쪽에, SSCI 논문에서 더 많이 언급될 경우 사선의 왼쪽에 위치한다.

KCI 논문에서는 ‘한국와 아시아’와 관련된 주제가 많았다. 한국에 관한 주제를 제외하더라도 KCI 논문과 SSCI 논문의 전반적인 주제 분포는 달랐다.

국제 사회학계와 구별되는 고유성을 가진 한국사회학

두 저자는 피어슨 상관 분석 계수를 통해 두 색인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1년에는 0.1의 아주 약한 상관성을 보였고,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는 0.3의 약한 연계성을 보였으나, 2015년부터 줄어들어 2018년에는 0에 가까운 연계성을 보였다. 


동시에 언급되는 주제들 연결한 토픽 연결망 비교

마지막으로 ‘토픽 연결망’을 비교했다. 토픽 연결망은 두 가지 다른 종류의 토픽이 하나의 논문에서 자주 함께 언급될수록 높게 나타난다. 분석 결과 한국 사회학계와 국제 사회학계는 서로 다른 연구 관심사를 공유할 뿐 아니라 담론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관찰됐다. KCI 논문의 경우, 한국과 아시아의 주제가 단일 주제로 존재한다. 반면 SSCI 논문의 경우, 한국과 아시아 주제가 다양한 주제들과 복잡하게 연계돼 특정 군집에서 하나의 요인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학계의 고유한 형태는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위 분석을 통해 두 저자는 한국사회학계가 기존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구 편향적인 경향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 사회학계는 국제 사회학계에 포함될 수 있는 형태가 아닌 현재의 한국에서 나타나는 사회현상과 특수성을 바탕으로 현실을 풀어내는 지역 연구와 같은 담론들이 형성되고 있다”라며 사회학의 토착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두 저자는 논문 말미에서 이번 연구의 한계점을 밝힌다. 먼저 이번 조사에서 두 학계의 사회학 논문의 ‘연구 방법론적 분석이나 인용 빈도’ 등의 차이점을 살펴보지 못했다. 또한, 한국 대학의 사회학 교수이면서 SSCI 저널에 출판하는 연구자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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