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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본의 제2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우려한다
<오피니언> 일본의 제2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우려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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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09 13:37:26
이찬희 / 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일본 문부성은 지금 2002년부터 중학교에서 배우게 될 교과서의 검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과 교과서 중에서도 특히 역사 교과서가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관련된 기술을 지금 사용중인 교과서보다 대폭 삭감하거나 오히려 미화하는 방향으로 고쳐 쓴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한일간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민족주의적 우파 문화인들이 조직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주도하고 있다. 자유주의사관을 신봉하는 이들은 ‘종군위안부’ 기술의 삭제를 주장하고, 자학적인 역사 교과서를 청산하여 자랑스런 일본상을 그려내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든다는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개찬 개입 의혹
최근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문부성에 교과서 심의를 신청해 놓은 상태에서 수상한 움직임은 종군위안부라는 자체를 지워버리거나 아니면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보상시비’ 등을 삭제하는 것에서부터 일제의 중국 조선 침략 부분을 삭제하는 것, 식민지 지배와 조선 의병 관련 내용을 지워버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의 검정 과정에서 불거진 더욱 더 우려할 만한 사태는 지금까지 개선의 움직임을 보여왔던 다른 교과서들조차 개찬 캠페인에 보조를 맞춘 듯이 종래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의 방향 전환은 보수화·우경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여 제2의 역사왜곡 사건으로 비화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일본 문부성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수정된 부분이 공교롭게도 개찬 캠페인에서 표적으로 부각된 부분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교과서 검정을 앞두고 각 출판사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비롯한 의회·정부 등의 의도를 충분히 간파하고 스스로 교과서 내용에 규제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문부성이 이면에서 자주규제라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전지도 했다는 정보가 떠돌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 정부가 다시 교과서 검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아도 틀림없을 것이다.

황국사관의 회귀, 비판과 항의 마땅
우리들은 1982년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이 ‘왜곡 사건’은 일본의 역사교과서들이 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을 ‘진출’로 표기하고, 식민지에서 일본이 자행한 수탈이나 억압의 사실을 감추거나, 또 한국인들이 전개한 독립운동을 ‘폭동’이라고 기술하는 등 주변국과 관련된 사실들을 지나치게 일본 중심적인 시각에서 서술한 것을 말한다. 당시 일본정부는 국내외의 반대와 항의에 부딪쳐 앞으로 교과서를 검정할 때에는 ‘근린 여러나라에 대한 배려’을 잊지 않겠다고 밝혀 사태를 수습한 바 있다.
최근의 교과서 왜곡은 일본이 다시 ‘근린 여러 나라를 업신여기는’ 방향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우호협력이나 평화공존에 방해가 되는 불행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서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떳떳이 행동하는 데 있어서도 바람직한 일이 되지 못한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의식 즉 황국사관이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하는 정신적 기반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린 여러 나라의 사람들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우호협력 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황국사관으로 회귀하려는 일본의 태도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황국사관은 한국의 역사를 짓밟고 더럽히는 가운데 형성된 역사관이므로, 이것을 허용하는 것은 일본이 새로운 세기에도 한국의 역사를 짓밟고 더럽혀도 좋다는 것을 한국 스스로가 인정하는 셈이다.
현재의 단계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한국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일본이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사태에 대해 엄격한 비판과 항의를 계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최근 확산되는 대일 우호적인 현상이 일방적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도록 스스로 반성해 보는 것이다. 사태의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한국의 대일 유화정책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이었을까에 대해서도 그 공과의 측면을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일 사이의의 진정한 우호협력과 공존공영은 역사인식의 상호이해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chlee@ke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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