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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대 출판부, 태국 정치 관련 '민감 서적' 출간 포기 왜?
싱가포르대 출판부, 태국 정치 관련 '민감 서적' 출간 포기 왜?
  • 하영
  • 승인 2021.01.26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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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측 "내외부 이해당사자와 협의 끝 결정"…반정부 인사 "정치적 압력 의혹"
왕실모독죄 폐지를 촉구하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EPA 연합뉴스]
왕실모독죄 폐지를 촉구하는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EPA 연합뉴스]

국립 싱가포르대학교(NUS)의 출판부가 태국 정치 관련 서적 출간을 포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이유를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26일 싱가포르 CNA 방송에 따르면 싱가포르대 출판부가 태국 정치의 민감한 면을 언급한 글 모음에 대해 '정치적 압력' 때문에 출간을 포기했다고 비판하는 공개 질의서에 100명이 넘는 학자들이 서명했다.

공개 질의서 작성과 서명이 이뤄진 시기가 언제인지 방송은 언급하지 않았다.

질의서는 일본으로 도피한 태국 반정부 인사 빠윈 차차완퐁판 교토대 부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왕실을 비판하는 활동을 지속해서 벌여오고 있는 빠윈 교수는 애초 싱가포르대 출판부가 펴내기로 한 '쿠데타,국왕,위기'라는 글 모음의 편집 책임자라고 방송은 전했다.

태국 정치의 '민감한 면'이 무엇인지는 언급돼 있지 않지만, 제목 및 빠윈 교수의 행보를 고려하면 태국 왕실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빠윈 교수는 출판부에 보낸 공개 질의서에서 지난 2018년 10월 해당 원고에 대한 출간을 제안했고, 이후 출판부 가이드 라인에 따라 글들이 동료심사 과정 등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듬해인 2019년 8월 빠윈 교수는 기고자들을 대표해 출판부와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봄까지 에세이들을 출간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간을 앞둔 지난해 3월 피터 쇼퍼트 출판부장은 빠윈 부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출판 계약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

다른 설명은 없었고, 대학 안팎 이해당사자들과의 협의 후에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빠윈 교수는 공개 질의서에서 "싱가포르대 출판부의 결정은 정치적 압력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 "설명 없이 막판에 내려진 (출간 불가) 결정은 학문의 자유의 핵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학 외부의 이해당사자를 언급한 것은 학계 밖의 개인 또는 이익 단체가 출판 과정에 최종 결정권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퍼트 출판부장은 CNA 방송 문의에 대해 출판 취소 결정이 지난해 3월 이뤄진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는 "해당 글들을 출간하지 않기로 한 막판 결정에 대해 학계가 가질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출판부에는 우려를 고려해야 하는 대학 안팎의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안팎의 이해당사자에는) 우리 결정에 우려하는 학자들은 물론 많은 출판 관련 파트너들과 상업적 파트너 등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쇼퍼트 부장은 "시장이 매우 좁은 역내 출판부로서 이해당사자들의 견해를 고려해 내리는 결정은 이 지역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출판사들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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