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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제자가 준 행복
학이사: 제자가 준 행복
  • 이윤진 초당대
  • 승인 2004.06.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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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언제나 자기 곁에서 달아나려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으로부터 얻은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이다. 얻은 행복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만든 행복은 사람을 기만하는 법이 없다. 그것은 배우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한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더욱더 많이 배우게 된다. 학문이 진보됨에 따라 즐거움이 커진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晝耕夜讀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체로 그러하다. 불평은 찾아볼 수 없고 부정적 사고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배우기 위해 앉아 있는 모습보다 아름다운 형태가 또 있을까.

5년 전 야간학생 중에 유난히 따르던 여학생이 하나 있었다. 면소재지의 체신 공무원으로 잦은 연락은 아니었지만 졸업 후에도 종종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류나 그 외 우편물이 있을 때면 학교를 다녀갔다.

그러던 어느 봄날이었다. 네잎클로버가 붙어 있는 엽서가 내게 찾아 들었다. "일요일에 들판에서 발견한 행운입니다. 선생님께 보내고 싶었습니다"는 글귀와 함께 코팅처리를 해 보내온 사연이었다. 여름휴가 땐 여행 중에 그림엽서를 3장으로 연결한 예쁜 글모음을 보내왔다. 단풍든 가을엔 짬을 이용해서 완성했다며 주차 중에 사용하는 핸드폰자수를.

'건강과 모든 일에 행운이 가득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잊지 않고 꼭꼭 짧은 문장으로 행운의 메시지를 적고 있었다. 더구나 재학중이 아닐 뿐 아니라 졸업한 이후의 성의라는 데 의미는 있는 것이 아닐지. 마음 담긴 정성과 소박함이 매번 감동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기특한 제자였다. 별다르게 대해주지 못했고 섬세한 배려 또한 없었건만 꼭 읽어야할 권장도서에 대해 종종 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잊지 않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학생을 위해 하루는 좋은 선물이 없을까 생각을 해봤다. 한 권의 책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생일날로 정해 요즈음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핸드백을 하나 선물할 수 있게 됐다. 온갖 추억이 뒤섞인 강의 시간은 내게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늦깎이로 시작한 공부가 행복을 가져다준 셈이다. 행복한 삶만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옳은 말로 여겨진다. 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풋풋한 생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 때 진정 산뜻한 삶이 아니겠느냐는 확신을 가져본다. 

이제 여름햇살이 내리쬐는 뜰 앞에 서있다. 6월의 창문을 맘껏 열고서 상큼한 바람을 맞이해 볼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 떠올리고 싶은 것은 행복해지는 방법이며, 풀밭 위에 앉아서 즐거움을 얼굴 가득 펴 보이고 싶은 것. 즉 나를 책에서 떼 내어 시선을 지평선까지 옮겨놓고 싶다. 그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바람이나 구름까지로 싣고 가고싶다.

안다는 것은, 서로 바라본다는 것은 세부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 가장 작은 것이 어떻게 모든 사물과 결합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 다시 전체를 한눈으로 파악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사유는 학교 안에서 편안함을 얻고, 모든 것과 결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좀더 치열한 학문적 사고를 갖기 위한 각오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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