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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과 겨울: 혁명∙반혁명∙내전
아랍의 봄과 겨울: 혁명∙반혁명∙내전
  • 교수신문
  • 승인 2021.01.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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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삼 지음 | 타흐리르 | 256쪽

『아랍의 봄과 겨울』은 흔히 ‘아랍의 봄’과 ‘겨울’이라고 부르는 2011년 일어난 아랍 민중들의 봉기와 이후 전개된 혁명과 반혁명과 내전에 관한 것이다. 확실히 아랍의 여러 나라에서 벌어진 시민과 국민에 대한 학살이나 내전, 교파적/인종적 갈등은 형식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서구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체제에 대한 저항이자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이고, 제국주의가 강요하는 질서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아랍 민중들의 실천은 세계사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세계사적 혹은 전 지구적 보편성, 아랍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개별성을 동시에 고려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아랍민중들이 무자비한 공권력을 어떻게 뛰어넘었는가, 왜 어떤 나라의 혁명은 성공하고 다른 나라의 혁명은 패배하고 반혁명이나 내전으로 발전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봉기의 과정과 이행과정에 대한 자세한 서술과 설득력 있는 전략적 평가를 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아랍 민중들의 봉기는 전 아랍권으로 번졌지만, 평화적인 권력이행에 성공한 나라는 튀니지와 요르단뿐이고, 이집트에서는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고,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은 무장반란에 이은 내전의 수렁에 빠졌다. 저자는 이런 차이를 가져온 핵심에 통합된 국민국가와 실패한 국민국가가 있다고 보고, 나아가 이집트에서 보듯 군부와 사법부로 상징되는 심층국가와, 끊임없이 개입할 고리를 찾는 주변의 패권국가와 제국주의 국가들이 간섭하고 강요하는 질서에 주목한다. 저자는 봉기의 전략적 평가를 통해 튀니지는 “지역고립을 극복하고 격전 끝에 승리를 쟁취한 민중혁명”이고, 이집트는 “중앙집중을 성사시키고 확산하여 승리를 쟁취한 시민혁명”이고, 리비아의 초기 봉기의 성격을 국민항쟁으로 파악한다. 나아가 국민국가 내의 민주화 이행에 성공한 튀니지의 경우 노총(UGTT) 내 좌파인 RSDM과 이슬람주의자들의 압력을 이겨낸 민주적 이슬람을 주도한 엔나흐다당의 라체드 간누치의 역활에 주목한다. 요르단은 “지배계급과 야당이 내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극단적 대립”을 피한 점에 주목하고, 바레인은 왕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대결을 미루다가 진압된 “낭만적인 시민항쟁”으로 본다.

 

이집트의 경우 군부청산이 시대적 과제임에도, 무슬림형제단이 시대정신을 망각하고 군부와 야합하면서 이슬람화를 추진한 것과, 세속주의 세력 역시 시대적 과제를 망각하고 경쟁상대인 무슬림형제단을 적대하면서 군부를 용인한 과오를 지적한다. 또한 군부라는 심층국가가 참으로 유연하게 현실에 적응하면서 때로는 전면에 때로는 후면에 때로는 친민주적인 외양을 띠면서 생존력을 보인 것을 심층분석하고 있다. 리비아의 경우 민중항쟁이 성장하고 있을 때 제국주의 개입의 명분을 주기 위해 유일합법정부를 선언한 NTC의 반동적 역활을 주목하고, 통합적 세속국가였던 시리아의 경우 소수파인 알라위와 다수파인 수니 간의 갈등보다는 항쟁 초기의 무자비한 진압을 내전으로 발전한 주된 이유로 지적하면서 여러 무장세력(FSA, YPG, IS 등)과 개입세력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부족적 질서가 온존했던 예멘은 후티운동이 포용적임에도 반동왕정인 사우디가 괴뢰정권을 세워 내전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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